기업 이익 현저히 해칠 우려 있다면 …

이동통신사의 요금제가 시장에 나오기 전 가격의 합리성을 먼저 살펴보는 감시자가 있다. 바로 정부다. 그런데 감시가 마뜩지 않은지 국민들은 통신비가 비싸다며 아우성이고 이통3사는 똑같은 요금제만 내놓는다.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가 LTE 요금의 원가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는데, 정부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정보가 공개되면 이통사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일부 정부는 비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이통3사의 요금제를 감시할 권한이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이통3사의 요금제를 감시할 권한이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4월 더스쿠프(The SCOOP)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유 및 파악하고 있는 이동통신요금 원가와 관련 자료 일체(2016~2017년)’를 정보공개청구했다. 많은 국민이 이용 중인 LTE 요금제의 합리성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한달여 후 과기부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2017년 영업보고서 자료는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 검증은 2019년 상반기 중 완료할 예정이다. 2016년 자료는 이동통신3사와 협의 후 공개하겠다. 정보가 공개될 경우 기업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일부 정보는 비공개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기업의 민감한 정보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언뜻 합리적인 설명 같지만, 이동통신 산업의 특수성을 떠올리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조형수 변호사(법무법인 나루)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통3사의 요금제는 그냥 시장에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의 심의ㆍ평가 등을 거쳐서 나온다. 관련 자료가 정부에 있다면, 통신비가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를 궁금해 하는 국민에게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 더구나 통신 서비스는 공익성을 띠고 있지 않나.”

자세히 풀어보자. 이통3사는 신규요금제를 설계할 때마다 과기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하고, 요금산정근거 자료를 제출한다. 이통3사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따로 인가도 받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함부로 가격정책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인가 조건도 까다롭다. “요금이 공급비용, 수익, 서비스 제공 방법에 따른 비용 절감, 공정한 경쟁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전기통신사업법 28조 2항)”

이뿐만이 아니다. 사후감독권도 쥐고 있다. 과기부는 이통3사로부터 매년 별도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된 영업보고서를 제출받는다. 이를 검증해 사업자가 비용이나 수익을 부당하게 분류해 요금을 산정하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매긴다.

따지고보면 이통3사는 정부 주식이 하나도 없는 민간기업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들로부터 민감한 자료를 받는 건 이동통신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산업은 주파수라는 제한된 공공자원을 정부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서비스다. 한정된 공공의 자산을 특정업체(이통3사)에 몰아주는 만큼 ‘공공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스쿠프가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청구했지만 “이통3사와 협의 후 공개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더스쿠프가 통신요금 원가 자료를 공개청구했지만 “이통3사와 협의 후 공개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수가 우리나라 국민 수보다 많은 포화시장이란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삶에 꼭 필요한 ‘생활필수재’란 얘기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기 때문에 통신비를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직접 통신비 감시자 역할을 맡아 국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이동통신시장을 돌이켜보면, 정부의 정책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정부의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이통3사는 천편일률적인 요금제만 내놓고, 고가요금제로만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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