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D가 필요한 이유

복잡한 도심에서 내비게이션 없이 목적지를 온전히 찾아갈 수 있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그만큼 내비게이션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문제는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는 찰나의 순간,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가 나섰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대중화를 통해서다. 

전방주시태만을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사진=뉴시스]
전방주시태만을 운전자의 부주의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사진=뉴시스]

앞 차량이 속도를 갑자기 늦추거나 주행 중 차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앞 차량의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DMB 시청을 하는 등 ‘딴청’을 부리는 거라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가 딴짓을 하는 건 아니다. 주행에 더 집중하기 위해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는 이들도 많다.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전방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계기판을 확인하는 경우다. 운전이 미숙한 초보 운전자는 필연적으로 전방주시를 못할 때가 빈번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6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의 사망원인은 ‘전방주시 태만’이었다. 과속ㆍ신호위반ㆍ중앙선 침범 등 법규위반보다 비중이 높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시속 100㎞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는 단 2초만 고개를 돌려도 자동차는 그대로 50여m를 내달리게 된다. 눈을 감고 50m를 주행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그 찰나의 순간,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고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보지 말라고 할 순 없다. 디지털 기술과 위성항법시스템(GPS)이 결합한 차량 내비게이션은 매우 유용한 IT 기술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등 편리한 디지털 지도도 많다. 손안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들여다보며 길을 따라가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대신 지형지물을 찾고 주변에 길을 묻는 일은 줄었다. 내비게이션 없는 주행은 생각도 못 하는 운전자가 대다수다. 스크린이 눈과 귀를 대신하는 과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얘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전방주시에 집중할 의무를 운전자에게만 씌우는 건 부당하다.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더라도 계기판 정보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해결할 간단한 방법이 있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을 운전자의 전방 시야에 놓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나온 안전장치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다. HUD는 속도, 연료 잔량, 길 안내 정보 등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운전자 전면에 투영하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다. 고개를 든 채 각종 정보를 볼 수 있어 ‘헤드 업(head up)’이라고 부른다. 

집중도 높여주는 헤드업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을 흘겨보지 않아도 주행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어 운전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HUD는 원래 전투기 조종사의 전방 목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율이 높아지자 2003년 BMW를 시작으로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HUD를 차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기아차 ‘K9’ 등 고급차에만 한정된 옵션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엔 ‘K7’ 르노삼성 ‘SM6’ 등 준중형 차량과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등 다양한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완성차의 옵션으로만 HUD를 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자동차부품기업도 다양한 HUD 제품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불스원이 운전자 바로 앞 유리창에 화면을 직접 투사하는 전면유리 반사식 제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기능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과 연동해 길 안내가 가능한 것은 기본이다. 최근 제품들은 문자 및 메신저 내용, 전화 발신자 표시, 음악 정보 등이 전방에 표시된다. 운전에 방해되는 요소가 줄어들면서 전방주시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물론 운전대를 직접 잡는 운전자가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의식을 버리는 게 먼저다. 동시에 자동차 업계 역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성숙한 안전운전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안전운전을 위해 업계와 운전자,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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