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년 전통의 치료법

독은 잘만 쓰면 훌륭한 약이 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독은 잘만 쓰면 훌륭한 약이 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독성이 강한 침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벌에게 한번 쏘이면 퉁퉁 붓고 심한 통증이 생긴다. 벌초를 하다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다. 한의학은 벌의 강한 독성을 치료에 이용한다. 독毒은 잘만 쓰면 훌륭한 약藥이 된다.

벌은 상대를 공격할 때 침의 뿌리에 있는 독낭毒囊이라는 작은 탱크에 저장된 봉독蜂毒을 꺼내 쓴다. 하지만 ‘필살의 무기’를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벌은 봉독을 한번 사용하면 자신도 죽기 때문에 평생 한번 사용할까 말까다. 벌침은 상대 몸에 박히면 빠지기 힘든 구조로 돼있어 그것을 빼내려면 복부에 있는 내장까지 다 튀어나와 죽게 된다.

이런 강력한 봉독을 병 치료에 활용한 ‘봉침요법’은 예부터 전해내려오고 있다. 벌에서 추출한 침을 핀셋으로 환자의 혈 자리에 찌르는 방식이다. 봉침요법은 벌이 봉낭 속에 저장하고 있는 불과 0.02㎎의 독액毒液을 이용한다. 극미량의 독액을 체내에 주입해 사람의 면역력을 높이고, 통증이나 화농化膿을 경감시키는 요법이다.

봉독 성분은 본래 사람 몸 속에도 많은데, 봉침은 그것들이 작용하도록 돕는다. 침을 맞은 부위는 충혈되거나 붓는다. 이는 온구溫灸(원통형의 기구에 뜸쑥을 넣고 불을 붙여 환부를 간접적으로 찜질하는 요법)와 같은 효과다. 봉침요법은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전세계 약 10개국에서 임상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에는 병원 내에 ‘봉침과’라는 진료과가 따로 설치돼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옛 중국 문헌에는 신체의 기능을 조절해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봉침요법의 효과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봉침요법은 4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 치료법인 셈이다.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봉침요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460년경 그리스에서 활약한 성의聖醫 히포크라테스도 봉독에 대해 기술한 문헌을 남겼다.
이창희 튼튼마디한의원 노원점 원장  chaanghi@ttjoint.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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