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헷갈린다
[양재찬의 프리즘]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헷갈린다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91
  • 승인 2018.06.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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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ㆍ불협화음 빚는 경제정책
청와대가 군림하고 내각은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판에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패싱론이 흘러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사진=뉴시스]
청와대가 군림하고 내각은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판에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패싱론이 흘러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사진=뉴시스]

한국에선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 국민의 대리인으로 뽑힌 국회의원이나 정당들이 국리민복보다는 당리당략에 빠져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오죽하면 국립국어원이 2007년 발표한 신조어에 ‘국회스럽다’는 말이 들어갔을까.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돌이 지난 요즘, 국민에게 걱정거리가 더 늘어났다. 다름 아닌 청와대와 경제부처 간 경제정책을 둘러싼 혼선과 불협화음, 그리고 경제팀 컨트롤타워 논란이다. 사람들이 음식점이나 카페 등 주변 가게에 들렀다가 목격하는 현장과 정부기관인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및 가계소득 통계에 대한 분석이 다른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처음에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J노믹스를 설계한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 간 경제현실에 대한 진단과 해법 차이 정도로 알았다. 그런데 이것이 대통령 주재 회의와 청와대 브리핑을 거치면서 컨트롤타워 논란으로 번지면서 기업과 가계 등 경제활동 참가자들을 걱정시킨다.

걱정의 단초는 취업자 증가폭이 2~4월 석달 연속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고용통계에 대한 해석이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다고 봤다. 이와 달리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며 2020년까지 1만원으로 공약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이런 판단에는 최저임금 대상 계층이 많은 하위 20%의 1분기 가계소득이 역대 최대로 감소한 점도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5월 29일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원인과 처방을 놓고선 청와대 참모의 손을 들어줬다. 회의를 마치고 청와대 대변인이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 경제 전반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컨트롤타워 논란이 일자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를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수정했다.

‘정책실장 주도’라는 표현은 뺐지만, 경제부총리를 관련 부처 장관 중 한명으로 축소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이튿날 기획재정부 간부회의에서 “(어제 청와대 회의에서) 기재부가 중심이 돼 혁신성장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등 경제정책 추진에 있어 기재부 역할을 반복해 강조했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임을 밝혀왔다. 지난해 6월에는 장 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며 “부총리가 경제 중심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드리기 위해 부총리 집무실에 왔다”고 했다. 

‘부처 중심 정책 추진’ ‘책임 장관’이 말로만 되지 않는다. 정책실장이나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다. 국정과제를 챙기고 부처 업무를 조율하는 것이 업무이지만, 전면에 나서면 내각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직급으로도 정책실장은 장관급, 수석은 차관급으로 부총리나 장관보다 같거나 낮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거듭 장 실장 편을 들었다. 하위 20% 가계소득 감소에 대해서도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이란 경제정책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피력했다. 

이를 본 관가에선 J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의 키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또다른 정책 기조인 공정경제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 설치를 주문 받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쥔 것으로 해석한다. 그 때문인지 직제 상 가장 높은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맡는 쪽으로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가 군림하고 내각은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 터다. 지방선거 이후 개각설도 나돈다. 이런 판에 컨트롤타워를 흔들면 경제팀이 책임지고 산적한 국내외 현안을 헤쳐 나가기 힘들어진다.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야전군 격인 관료들이 청와대 눈치부터 볼 것이고, 장관들은 겉돌면서 정책 집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설령 바꿀 때 바꾸더라도 이런 식의 경제부총리 패싱(건너뛰기)은 곤란하다. 국민들로선 수십년째 ‘국회스러운’ 정치 걱정하기도 버겁다. 어렵게 일자리 찾아 먹고살기도 바쁜 국민에게 경제정책의 혼선과 경제팀의 주도권 다툼까지 바라보며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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