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성 일일문자보고 양식, 그룹 인사전략팀이 작성 
■ 팀장급 이상 40~50명 충성보고, 그룹 차원서 추진
■ 충성보고 양식 안 따르는 임직원 거의 없어 
■ 회장 집무실 앞에 문 형태의 금속탐지기와 스마트폰 보관함 설치 
■ 명목은 내부정보·전략 등 외부 유출 막기 위해  
■ 또 다른 목적은 스마트폰 등을 통한 녹음 방지 

윤홍근 BBQ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이하 BBQ그룹) 회장이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충성보고’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입수한 BBQ그룹의 ‘일일보고체계 내부문건(이하 내부문건)’에 따르면 윤 회장은 ‘존경하는 회장님’이라는 문구로 시작해 ‘충성을 다해 근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문자보고를 매일 받아왔다. 

■충성 일일문자보고 양식 = 윤 회장에게 보고를 해야 할 대상은 팀장급 이상 임직원 40~50명. 보고 시기는 ‘퇴근 전’으로, 내부문건에는 ‘매일 보고해야 함’이라는 문구가 강조돼 있다. BBQ그룹 관계자는 “일부 임원이나 팀장이 회장에게 아첨을 떨기 위해 충성을 운운하면서 보고했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이 내부문건은 그룹 인사전략팀이 작성해 보고대상자들에게 하달한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충성보고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충성 일일문자보고’ 양식을 요약해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회장님. 

○○○팀장 업무보고 올리겠습니다. 

1. ○○건 보고 

가. 현상 
나. 조치사항
다. 향후 추진계획

2. ○○건 보고 

……

충성을 다해 근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 올림 


BBQ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은 경영상황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일일이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경영철학과 BBQ 특유의 기업문화로 이해해 달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일일문자보고를 했던 전 BBQ그룹 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퇴직자 A씨는 “윤 회장은 기업의 A부터 Z까지 직접 확인하지 않고선 못 견디는 성미”라면서 “일일문자보고를 누락하면 인사팀이나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머리말과 꼬리말에 윤 회장을 향한 충성문구를 빠뜨려선 안 된다”면서 “BBQ그룹에는 윤 회장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문화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BBQ그룹 전 임원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업무보고는 문자로 할 때도 있지만 지출 사항은 모두 윤 회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대외 업무가 많은 윤 회장은 해외 출장이 잦다. 결재를 빨리 받기 위해 공항에서 임원들이 6~7시간씩 윤 회장을 기다리는 촌극을 벌인 적도 있다.”

■ 가족회사의 무한권력 = 윤 회장의 무소불위 권력은 지분에서 나온다. BBQ그룹은 가족회사다. ‘윤홍근 일가→제너시스→제너시스BBQ’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다. 지주사 제너시스의 최대주주는 윤 회장의 장남 윤혜웅(62.62%)씨다. BBQ그룹의 일부 직원은 장남 윤씨를 ‘작은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는 제너시스BBQ의 닭 가공을 담당하는 계열사 HY인터내셔널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참고 : 제너시스BBQ는 2016년 말 기준 HY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제너시스의 2대주주는 장녀 윤경원씨로, 지분은 31.92%다. 윤 회장은 5.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윤경주 제너시스BBQ 대표는 윤 회장의 친동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은 오너 경영의 최대 난제인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면서 “BBQ그룹에서 창업주 윤 회장의 힘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일일문자보고에서 보듯, 모든 의사결정은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사 대비 퇴사율 높은 이유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제너시스BBQ의 퇴사율(1년간 퇴사한 인원을 현재 재직인원으로 나눈 비율)은 75.4%에 이른다. 동종업계인 BHC(23.4%), 교촌F&B(15.4%) 대비 각각 52%포인트, 60%포인트 높다. BBQ그룹을 떠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회장의 경영방식이 기업문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BBQ그룹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성장했음에도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보단 윤 회장의 의사결정에 의존한다”면서 “이 때문에 윤 회장을 향한 충성심은 필수 덕목이 됐고, 그게 없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문 형태 금속탐지기 용도 뭔가= 문제는 비상식적으로 높은 퇴사율이 BBQ그룹을 ‘불신不信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BBQ그룹 본사(송파구 문정동) 7층 자신의 집무실 앞에 대당 600만원에 이르는 ‘문門 형태의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 인천국제공항·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금속탐지기와 동일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소형 녹음기 등 금속물질이 통과하면 ‘삑~’ 소리가 난다. 이 금속탐지기는 윤 회장이 중요한 회의를 주재하는 지하 1층 대회의실 앞에도 있다. 

BBQ그룹 측은 “제품과 마케팅 전략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녹음 방지’다. BBQ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에게 악의를 품은 퇴직자들이 사소한 흠집을 잡기 위해 회장 집무실에 스마트폰 녹음기능을 켜고 들어온 적이 있다”면서 “이런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2018년 동행위원회에서 윤홍근 회장과 가맹점주들이 웃고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리더십은 논란이 많다. [사진=BBQ 제공]
2018년 동행위원회에서 윤홍근 회장과 가맹점주들이 웃고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의 리더십은 논란이 많다. [사진=BBQ 제공]

하지만 퇴직자만 방어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룹 임직원이든 외부인이든 회장 집무실에 들어갈 땐 스마트폰을 금속탐지기 옆에 있는 ‘휴대전화 보관함’에 놓아야 한다. 미투운동(#Me Too), 재벌 갑질 파문 등의 단초가 스마트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속탐지기의 진짜 용도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전략과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는 주장도 궁색하다. 금속탐지기는 정보 유출을 막는 장치가 아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금속탐지기는 첨단 IT기업의 산업현장에서나 쓰는 기기”라면서 “보안을 위한 조치라면 자체 인트라넷을 활용하고 문서반출을 막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리더십의 후유증인가 


한편에선 “충성보고와 금속탐지기는 윤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현된 결과물”이라고 옹호한다. 그런 거친 리더십이 없었다면 척박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쌓을 수 있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BBQ그룹을 떠난 수많은 옛 직원들, 윤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는 사람들은 다른 평가를 입에 담는다. 이젠 ‘치킨왕’이라 불리는 윤 회장이 답할 차례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