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딩크족의 재무설계 下

이씨 부부는 미래 설계를 위해 각각 월 20만원의 개인연금을 준비하기로 했다. 남편은 일반연금상품을 택했지만 투자수익을 원한 아내는 변액적립보험을 이용하기로 했다. 펀드와 함께 간접투자방식으로 운용해 추가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운용비가 차감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1편 마지막 이야기다.

가계 재정 문제는 부부가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신뢰를 쌓아야 해소할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가계 재정 문제는 부부가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신뢰를 쌓아야 해소할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세금·주거비 등 공통 지출을 제외하고 지출을 각자 관리하고 있는 권진용(가명·36)씨와 이영선(가명·33)씨 부부. 두차례의 상담을 통해 478만원(남편 260만원·아내 218만원)에 달했던 지출을 월 358만원(남편 186만원·아내 172만원)으로 120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이씨 부부의 가계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인 신용카드 지출을 줄이는 게 어려웠다. 남편 권씨의 카드 비용은 일주일에 두번가량의 외식비와 개인용돈(술자리·담배) 등에 지출했다. 아내 이씨는 화장품·옷·신발 등 의류·미용비 지출에 대부분 썼다. 남편이 비정기 지출을 합치길 꺼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옷과 화장품 등의 구매에 사용하는 돈이 만만치 않다”며 “비정기 지출을 합치면 각자에게 필요한 지출은 따로 관리하자고 정한 부부의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말했다. 아내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씨는 “의류·미용비 관련 지출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남편이 가끔 술값으로 사용하는 카드 사용료보다 많지도 않을뿐더러 저렴한 제품을 주로 사용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비정기 지출의 한도를 정하고 초과하는 금액은 각자의 용돈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부부를 중재했다.

더불어 끈질긴 설득 끝에 생활비 통장과 비정기 지출 통장을 부부가 함께 관리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큰 고비를 넘겼으니 이제 부부의 잉여자금 132만원(남편 94만원·아내 38만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자.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보통의 가계라면 부채상환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이씨 부부는 자녀 계획이 없어 일반적인 가계의 지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가정이 재무목표 1순위로 삼는 내집 장만과 자녀 교육비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씨 부부는 조기 은퇴에 대비한 노후자금 마련을 재무목표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필자는 노후준비와 부채상환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년간 갚아야 하는 5000만원가량의 이자(주택담보대출 8800만원, 연이율 3.5% ·30년 상환)가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 돈만 아껴도 노후준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씨 부부의 노후준비에 필요한 핵심 상품은 연금저축으로 결정했다. 아이도 없고 부모도 부양하지 않아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항목이 많지 않다는 점이 연금저축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씨 부부는 소득이 조금 더 놓은 남편 명의로 30만원의 연급저축에 가입했다. 부부 각자 자산을 관리하는 걸 원하는 만큼 개인연금 상품도 가입하기로 했다.

이씨 부부는 각각 월 20만원의 개인연금을 준비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운용을 원한 남편은 일반연금 상품을 활용하기로 했다. 낮은 이율은 거치기간을 조금 길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보완했다. 남편과 달리 투자 수익을 원한 아내는 변액적립보험을 이용하기로 했다. 변액적립보험은 펀드와 함께 간접투자방식으로 운용해 추가수익을 노리는 연금상품이다. 하지만 운용비가 차감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적금(월 20만원·부부 각각 10만원)에도 가입했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금리가 낮더라도 저축은 반드시 해야 한다. 상환해야 할 부채가 있는 가계라면 더욱 그렇다. 간혹 투자로 돈을 벌어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얘기하는 가계가 있는데, 투자가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이씨 부부처럼 과도한 지출 습관이 잡혀 있는 사람에겐 투자보다는 매월 돈이 불어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저축 습관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적금에 가입하는 대신 저금리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따져보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제공하든지 세금을 덜 떼어가는 상품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럴 때 이용하면 유용한 상품이 상호저축은행의 세금우대상품이다. 조합원이나 준조합원의 자격을 얻으면 이자소득에서 농어촌 특별세(1.4%)만 부과해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준조합원 자격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다. 소액의 가입금만 내면 된다. 가입 대상도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상호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모든 상호저축은행을 합해 총 한도 3000만원 내에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한다.


잉여자금을 다양한 분야로 돌린 결과, 남편 정씨는 34만원, 부인 이씨는 8만원의 자금이 남았다. 34만원의 자금이 남아있는 남편 정씨는 30만원을 적금에 넣어 종잣돈을 마련하기로 했다. 1년간 돈을 모은 뒤 목돈이 마련되면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 등의 투자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불리기로 했다.

저금리 시기에는 저축 위주의 단순한 포트폴리오로는 자산을 형성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잉여자금이 8만원밖에 남지 않은 아내다. 8만원이라는 금액으로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내는 우선 남은 자금을 비상금통장(CMA)에 넣어 관리하기로 했다.

필자는 마지막 재무상담을 마치면서 부부에게 통장을 합칠 것을 다시 한번 권유했다. 공통목표를 세우고 자산을 함께 모아야 더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부부가 함께 자산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껴야 가계 재무상황이 좋아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행히 이씨 부부는 6개월의 적응기간 재무적 결합을 깊게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가계 재무상황의 개선은 남편이나 부인 한쪽만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무설계의 기본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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