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고질병 자기손해사정 괜찮나

지난해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소비자가 보험사의 손해사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하면 그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보험사기가 쉽게 발생하고,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 가 보험사들이 이른바 박용진案을 비판하는 이유를 취재했다.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행위가 소비자의 권익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행위가 소비자의 권익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기손해사정. 보험사가 자회사나 직접 고용한 손해사정사에 손해사정업무를 맡기는 행위를 말한다. 특성상 자기손해사정 행위는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고가 났을 때 손해사정사(법인)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손해액을 평가하고 보험금을 산정해야 하는데, 모기업인 보험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손해사정 행위는 국내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대다수 자회사에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가령, 손해보험사 빅4로 꼽히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중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3개 보험사들의 자회사 위탁률은 90%를 훌쩍 넘는다.

삼성화재는 50% 안팎을 넘나들고 있는데, 이 수치도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없다. 자기손해사정 행위에 따른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손해사정사(법인)가 손해율을 얼마나 낮추고, 보험금을 얼마나 줄이는지를 평가지표로 삼는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면에서 자기손해사정 행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와 법안이 쏟아지는 건 긍정적인 흐름이다. 손해액과 보험금 산정 내역이 담긴 손해사정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8월 22일 시행되는 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한 보험금 산정을 위한 자기손해사정 금지 입법’을 금융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지난해 6월 22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보험사의 손해사정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소비자는 독립손해사정법인을 선임해 손해사정을 실시한다. 보험사의 손해사정 결과가 불합리하다고 판명되면 보험사가 모든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한다. 보험사와 합의하거나, 보험사가 손해사정 및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면 소비자는 독립손해사정법인을 선임해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

이 법안을 두고 보험사 측에선 우려를 내비친다. 보험료를 높이고, 보험사기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은 보험료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중ㆍ삼중으로 손해사정을 하면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일부 악질 소비자들이 독립손해사정사를 통해 보험금을 과도하게 타내기 수월해져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이 더 많다. 이른바 ‘박용진안案’이 활성화해 자기손해사정이 줄고 독립손해사정이 늘면 비용이 줄어들 거라는 주장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말을 이었다. “통상 한명의 소비자는 다수의 보험사에서 여러 보험을 들고 있다. 사고가 있을 때마다 각 보험사에서 손해사정사들이 나오는데, 독립손해사정사에서 이를 도맡아 하면 비용이 줄어든다. 보험사기는 형법으로 처리하면 된다. 자기손해사정 행위의 이유가 못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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