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비만치료제를 많이 복용하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비만치료제를 많이 복용하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칼럼(289호)에서 설명한 식욕억제 호르몬 ‘렙틴’을 좀 더 알아보자. 1990년대 살찐 쥐를 실험할 때 렙틴 호르몬을 발견한 과학자들의 흥분이 금세 가라앉은 건 렙틴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엔 더 중요한 사실도 있다.

비만의 원인을 밝히고 싶어하는 과학계가 지나칠 정도로 성급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비만 호르몬을 활용한 획기적인 치료법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수십년 동안 그리도 바쁘게 움직였는데도 말이다. 이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비만약의 불편한 진실과 연결된다. 대부분의 비만치료제는 약제의 함량 대비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의 양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다.

‘길티 플레저(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는 것)’의 번뇌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체중감량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한없이 먹어대는 음식물을 비만치료제가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떤 비만치료제든 음식의 통제 및 제한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역으로 우리 몸에 유입되는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면 체중 감량 및 유지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명쾌한 사실임에도 획기적 비만치료제를 바라는 인류의 갈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욕구에 부응하듯 몇몇 제약회사는 나름대로 기전을 내세우는 치료제 또는 예방제를 시장에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제니칼이란 비만방지약이다. 원리는 소화관 내에서 지방을 흡수ㆍ소화하는 효소, 이를테면 ‘리파아제’의 생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리파아제는 지방을 분해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만드는 효소로, 주로 쓸개의 이자액에서 분비된다. 일부 혈장에도 포함돼 있지만 주로 림프관과 췌장 분비액에서 얻어지는 리파아제는 혈액에서 내분비샘이나 복강으로 분비돼 지방을 분해한다.

경구 약제인 제니칼은 식사 후 복용함으로써 리파아제의 활성을 억제, 지방의 흡수를 방해한다. 인위적으로 지방의 흡수를 방해한 결과, 변에 기름이 섞여 나오거나 복부 팽만, 소화기 장애 등의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 정상적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변에 기름이 포함되는 것은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기전이 아니다.

지방이 흡수되지 못하므로 배변 실금, 이른바 지방이 포함된 변을 지리거나 생리 주기의 변화, 방귀, 복통 등의 부작용이 잇따른다. 약을 복용 후 장운동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증가해 헛배가 부르고 메슥거리거나 토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는 지극히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 다이어트와 관련된 상품 대부분은 비용을 쓰고 몸을 버리는 비효율적 낭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안타까운 일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음호에 또 살펴보자.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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