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신용거래의 늪

빚을 내 주식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반도 훈풍에 힘입어 남북경협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고치를 찍는데, 급한 마음에 일단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에 나선 셈이다. 남북 경제활성화의 높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면 몇배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비극이다. 원금을 모두 잃는 소위 ‘깡통계좌’가 속출할 공산이 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신용거래융자의 늪을 취재했다. 

12조5639억원. 4일 기준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 잔액의 수치다. 올해 1월 2일(9조8935억원)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26.9%나 증가했다. 4월 19일 사상 처음 12조원대에 진입한 이후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신용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단 빚을 내 주식을 산 뒤, 수익이 나면 대출 원리금을 갚고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투자 행태다.

최근 국내 증시 추이를 보면 그럴만했다.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고 있는 한반도 훈풍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데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 역시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경협주가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자금이 급격히 쏠렸다. 

하지만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리스크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주가가 일정비율 이상 하락하게 되면 증권사는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해당 주식을 팔아버리는 ‘반대매매’를 실행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빌려준 돈뿐만 아니라 수수료와 이자까지 가져간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금액이 천정부지로 커지는 구조다. 특히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종목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몰리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남북경협주 투자는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투자도 아니다. ‘경제협력 활성화’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고 있어서다. 이 기대감 꺼질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 건 개미 투자자들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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