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 경고음 속 쌓이는 악재

대내외 상황이 엄중할수록 경제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팀이 갈등 양상을 띤다면 시장은 동요할 것이다.[사진=뉴시스]
대내외 상황이 엄중할수록 경제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팀이 갈등 양상을 띤다면 시장은 동요할 것이다.[사진=뉴시스]

한국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6일 내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점차 둔화하리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는 3.1% 성장세를 유지하지만 내년 3.0%, 2020년에는 2.9%로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몇년간 이어져온 글로벌 호황 국면이 서서히 막을 내린다는 경고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와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 취약성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반도체시장 성장률이 올해 12%에서 내년에는 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년 만에 한자릿수 증가세로 위축되리란 예고다. 한국 기업들이 장악한 메모리반도체의 수요는 빅데이터 활용이 늘면서 꾸준하겠지만 대규모 증설 여파로 단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도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하면 수출로 먹고사는데다 반도체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이미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분기에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춰 잡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1%로 예상했던 상반기 성장률 전망을 2.9%로 깎아 내렸다. 연간 성장률은 2.9%, 내년 성장률은 2.7%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만 여전히 올해 3.0% 성장을 고수할 뿐 여타 연구기관들은 3%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외 여건만 나쁜 게 아니다.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제조업 분야에서 불길한 징조가 엿보인다. 제조업 가동률이 70%대 초반으로 떨어진 가운데 재고율은 높아지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낮은데도 재고가 쌓이는 것은 물건 팔 데가 마땅치 않음이다.  

그동안 내수부진을 수출로 커버해 왔는데, 13개 주력품목 수출이 반도체를 빼면 올 1~5월에 이미 뒷걸음했다(-1.9%). 하반기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 전통산업은 물론 스마트폰ㆍ배터리를 비롯한 첨단산업까지 부진하거나 중국의 약진에 밀리고 있어서다.

우리 경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글로벌 호황 국면에서도 성장 경로를 못 밟았는데 경기하강 국면에선 어떨까. 더구나 미국의 금리인상, 주요국 간 무역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 악재들이 자꾸 쌓여간다.  

대내외 상황이 엄중할수록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시장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불협화음으로 시장이 불안해한다. 취업자 증가폭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최저임금 대상자가 많은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크게 감소한 데 대한 분석과 처방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고 본다. 이와 달리 김 부총리는 고용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며 인상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경제팀이든, 청와대 참모진이든 입맛에 맞는 지표만 골라봐선 안 된다. 나라 안팎에서 들리는 여러 경고음을 있는 그대로 듣고 적절한 선제적 정책으로 충격을 흡수해야 할 것이다. 

7월 시행 예정으로 보름여 남은 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도 경제에 주름살을 지울 수 있는 난제 중 하나다. 부서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식사, 출장 중 이동시간 등을 업무로 봐야 할지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다. 대기시간이 긴 운전기사나 영업직원의 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할지도 고민거리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례업종 확대와 탄력근로제 개선을 요구하는데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해소할 가이드라인을 여태 내놓지 않았다.

6ㆍ12 북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면 북한의 비핵화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보상에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이 나서야 한다고 공언한 터다. 비핵화 보상의 일부를 남북경협 차원으로 진행해도 한국 정부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 경제팀과 청와대 참모진 간 불협화음을 교통정리하고 컨트롤타워를 부총리 중심으로 고쳐 세워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은 내각이 책임지고 집행하는 것이 정도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부처간 정책 조율에 힘쓰고. 대내외 상황이 엄중할수록 경제팀과 청와대 참모진은 한 몸, ‘팀 코리아’ 전략으로 경제체질 개선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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