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OEM, 태양광… 군산공장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매각, OEM, 태양광… 군산공장은 넓고 할 일은 많다
  • 고준영 기자
  • 호수 292
  • 승인 2018.06.1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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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GM군산공장 활용법 

5월 31일 한국GM 군산공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1년간 군산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왔던 만큼 후폭풍도 거세다. 협력업체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군산을 이탈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군산공장의 활용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문가들에게 군산공장의 해법을 물었다.

지난 5월 31일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군산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사진=뉴시스]
지난 5월 31일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군산을 빠져나가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사진=뉴시스]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다. 연간 26만대의 완성차를 만들어내던 생산라인은 작동을 완전히 멈췄고, 122만㎡(약 37만평)의 땅엔 공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1997년 대우의 이름을 달고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지 21년 만이다. 한국GM이 “매각하겠다는 당초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니 ‘한국GM 군산공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군산공장의 폐쇄가 남긴 후폭풍도 거세다. 무엇보다 일감이 끊긴 150여곳의 협력업체가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았다. 군산공장 폐쇄와 협력업체의 줄도산으로 지역에 돈이 돌지 않자, 사람들이 군산을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도 빨라졌다.

군산시가 집계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5월 말 군산 인구는 총 935명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군산을 빠져나간 인구(1107명)보다는 적다. 하지만 군산공장 인근 7개 지역(옥서면ㆍ수송동ㆍ나운1~3동ㆍ소룡동ㆍ미성동)만 따져보면 차이가 크다. 지난해 624명이 줄어든 반면, 올해 감소인구는 2763명에 달했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군산공장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정확히 어디에 거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다수 군산공장 근처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군산공장이 폐쇄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군산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폐쇄된 채로 남아있는 군산공장 부지와 설비들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적절한 해법을 찾아낸다면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할뿐더러 위축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묘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군산공장 협력업체들을 살리고,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감안해야 할 게 적지 않다. 

우선 군산공장의 현 주인인 한국GM은 활용보다는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은 현재 오픈 상태”라면서 “지역에 보탬이 된다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그와 크게 관계없이 제안이 온다면 언제든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누가 매수할 것이냐는 점이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건 해외기업과 국내기업, 정부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수하는 건 좋은 방향이 아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GM에 국고가 투입되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데, 정부의 인수대금이 어디로 들어가겠느냐”면서 “그 자금은 공장을 인수하는 데 쓰기보다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에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인수하면 미래차 개발기지로 삼겠다는 건데, 장기프로젝트인 데다 완성차 공장으로서 경쟁력이 없으면 미래차를 개발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수준 높은 한국 조립기술

해외 매각을 두곤 의견이 갈렸다. 먼저 김현철 군산대(융합기술창업학) 교수와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해외 매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교수는 “의사결정자가 한국이 아닌 해외기업이라면 한국 공장이 유지되지 않을 거란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면서 “이는 GM이 잘 나갔을 때도 제기해온 문제”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과거 쌍용차 사태의 예를 들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호근 교수는 생각이 달랐다. 군산공장은 해외 업체들에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설계기술은 많이 따라왔지만 조립기술은 크게 뒤처져 있다. 조립기술은 설계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ㆍ일본ㆍ동남아 등 진출을 꾀하는 업체들은 조립기술이 좋은 한국 공장을 충분히 노릴 만하다.”

그럼 최선의 활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인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추가 시설을 확보할 여력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전문가들은 광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는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완성차 업체의 위탁을 받아 해당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어주는 구조다. 통상 수익성이 낮은 경차는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만들기를 꺼리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김필수 교수는 “군산공장도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면 된다”면서 “다만 현재 8000만~9000만원대의 고연봉 구조론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연봉을 4000만~5000만원대로 낮추겠다는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산중단이 예고된 다마스와 라보 등 인기 모델의 판권을 가져온다면 경쟁력을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김 교수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군산은 이미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광주보다 조건이 훨씬 낫다.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이미 과잉상태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경쟁력만 갖춘다면 생산물량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GM은 군산공장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은 아직 없다.[사진=뉴시스]
한국GM은 군산공장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은 아직 없다.[사진=뉴시스]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현 구조를 우려한 김현철 교수의 주장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ㆍ단기 대책과 장기 대책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장기 대책은 미래 먹거리인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산업을 개편하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기술과 자금이 필요한 수소연료나 풍력보다는 개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태양광의 비중을 높여야 균형 잡힌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차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동력 모빌리티 등 현재 산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거다.

대기업 의존도부터 줄여야

김 교수는 장기 대책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중ㆍ단기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ㆍ단기적으론 부품업체들의 해외 판로를 개척해 살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는 GM의 실적이 좋았을 때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필요성을 제기했던 문제다. 과거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이젠 베트남 시장을 노려야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베트남 시장의 활로를 모색하고, 정부는 융자금 상환유예, 연구ㆍ개발(R&D) 지원 등 정책으로 뒤에서 받쳐줘야 한다.”

한국GM 군산공장이 21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졌다. 군산은 여전히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젠 군산공장의 그림자를 떨쳐내고 그다음을 모색해야 할 때다. 서두르지 않으면 새롭게 출발할 기회도 사라질지 모른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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