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Lab] 가상화폐에 혹해 퇴직금만 날렸네
[실전재테크 Lab] 가상화폐에 혹해 퇴직금만 날렸네
  •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 호수 292
  • 승인 2018.06.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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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외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上

지난해 가상화폐 광풍이 불자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안씨 부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혼집 전세자금까지 빼서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지만 실적은 시원치 않다. 그 사이 가계 재무상황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안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2편 첫번째 이야기다.

투자에 나설 때는 투자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투자에 나설 때는 투자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안희진(가명·31씨)는 요즘 돈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월급이 적은 건 아니다. 안씨의 월 소득(실 수령액)은 390만원으로 비슷한 연령대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가계부 앱에서 알려주는 지출 내역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다. 나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고 줄였다. 하지만 월평균 지출이 380만원에 달했다.

안씨는 “아낀다고 아껴도 월 중순이면 월급의 대부분을 지출한다”며 “남은 기간을 신용카드 지출로 버티다 보니 저축은커녕 카드값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재무 문제를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안씨는 고민 끝에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월 소득이 많은 안씨는 어쩌다 재무적 고민에 빠졌을까.


3월 29일 진행한 1차 상담에서는 안씨의 재무설계 필요성을 확인하고 재무환경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씨는 결혼 3년차의 신혼부부다. 직장에서 만난 동료 권태준(가명·32세)씨와 2016년 5월 결혼에 성공했다. 안씨와 권씨 모두 이른바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신혼 초기엔 재무적 고민도 크지 않았다. 부부의 월 소득이 800만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안씨 부부의 가계에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7월이다. 남편 권씨는 여유자금 50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원금의 몇배를 벌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이후 가상화폐 열풍은 광풍으로 변했고 권씨는 두달 사이 투자금의 4배를 버는데 성공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권씨는 가상화폐 투자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낀 권씨에게 가상화폐는 좋은 투자처이자 희망처럼 여겨졌다.

결국, 아내를 설득한 끝에 회사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다. 권씨는 집안일에 힘들어하는 아내를 대신해 모든 집안일을 맡아서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권씨는 “야근에 시달리는 회사생활에 지친 상황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희망의 빛줄기라 생각했다”며 “당시 상승세로는 투자금의 몇배의 수익을 올리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권씨는 살고 있던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해 마련한 자금 1억원과 초반 수익으로 얻은 2000만원, 자신의 퇴직금과 비상금(3000만원) 등 총 1억5000만원의 자본금을 시작으로 투자에 나섰다.


나름 분산 투자를 한다고 5000만원은 주식에, 1억원은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문제는 가상화폐의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상화폐의 가격이 꼬꾸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초 2500만원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의 가격은 3분의 1수준인 830만원대로 떨어졌다. 사실상 가계 재무상황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남편의 투자에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 안씨 부부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이미 언급했듯이 안씨 부부의 월 소득은 390만원이다. 소비성 지출을 보면 월세와 관리비로 각각 70만원, 8만원을 지출했다. 각종 세금으로 13만원을 사용했다. 부부는 통신비로 월 24만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교통비(15만원), 생필품 구입비(15만원)를 사용했다. 안씨 부부의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식비 150만원이다. 회사 일에 바쁜 안씨는 음식을 전혀 만들어 먹지 않았다. 거의 모든 식사를 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10만원, 의류·미용비 22만원, 지인 모임비 3만원 등 월 33만원(연 396만원)을 사용한다. 금융성 상품은 보장성 보험료 22만원, 종신보험 35만원 등 월 55만원을 지출했다. 이렇게 안씨 부부는 월 383만원(소비성 지출 295만원+비정기 지출 33만원+금융성 상품 55만원)을 사용했다. 그 결과 잉여자금은 월 7만원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부부도 모르는 사이에 소비에 사용했다.


안씨 부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남편의 가상화폐 투자다. 물론 가상화폐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권씨의 투자 성향에는 바로 잡아야 할 점이 많았다. 투자에 나설 때는 가장 먼저 투자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권씨는 가상화폐 투자로 큰 수익을 본 이후 리스크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방에 돈을 벌어 빌딩을 사겠다는 허황된 목표만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재무상담으로 가계 재무상황이 좋아졌을 때다. 줄인 돈이 저축이 아닌 권씨의 투자자금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권씨의 투자를 중단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필자는 권씨의 투자 상황과 수익률, 과도한 월세 지출 등을 설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권씨는 “가상화폐 투자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다”라면서도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만 투자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부터는 권씨와의 힘겨루기였다. 수차례의 전화와 면담을 통해 투자를 철회하라고 설득했다. 권씨는 3주를 고민한 끝에 투자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더 떨어지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내준 생활비 다이어트 계획도 작성해 제출했다. 안씨 부부는 과도한 식비와 의류·미용비 등을 줄여 60만원의 여유 자금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사실상 남편이 일을 쉬고 있는 상황에선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한달에 7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다. 그렇다면 안씨 부부의 지출은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할까. 안씨 부부의 지출구조가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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