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왜 폐점했나

맥도날드가 주요 상권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20개 지점이 폐점했다. 이를 두고 ‘매각설’ ‘철수설’이 나돌지만 맥도날드 측은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이며 철수는 절대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패스트푸드 매장이 문을 닫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뭐 대수냐고 여길 수도 있지만 여기엔 중요한 메시지 두개가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맥도날드 폐점에 담긴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20년간 자리를 지키던 맥도날드 신촌점에 4월 12일을 끝으로 폐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년간 자리를 지키던 맥도날드 신촌점에 4월 12일을 끝으로 폐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맥도날드도 임대료 비싸다고 나가는구나.”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한곳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뱉었다. 그가 바라본 곳은 엘리트빌딩 1층, 맥도날드 신촌점이 있던 자리다. 그는 맥도날드 매장이 없어진 게 어색하다는 듯 연신 뒤를 돌아봤다.

지난 4월 12일 맥도날드 신촌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1998년 이곳에 매장을 연 지 꼭 20년 만이다. 문을 닫은 건 신촌점뿐만이 아니다. 맥도날드는 올 상반기 핵심 상권에서 줄줄이 짐을 뺐다. 서울의 사당점, 정동점, 서울대입구점, 관훈점, 신촌점과 부산서면점, 동울산점 등 상반기에만 벌써 20개 지점을 폐점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20년 동안 영업을 해오던 매장들도 폐점 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왜일까.

맥도날드 측은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이유를 못 박았다. 항간에 떠도는 ‘매각설’ ‘철수설’은 절대 아니라는 거다. “장기계약을 맺고는 있지만 매년 건물주와 임대료 협상을 한다. 그런데 불과 몇개월 만에 임대료를 두배 이상 높여 요구하는 건물주들이 있었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라도 수익이 괜찮으면 상관없지만 수익성 대비 임대료가 너무 높았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고, 문을 닫았다. 그것이 아무리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 해도 말이다.” 맥도날드가 던진 한국사회에 던진 첫번째 메시지다.

 

맥도날드가 철수한 지역은 상가 임대료가 많이 오른 상권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종로 센터마크호텔 1층에 있던 맥도날드 관훈점이다. 관훈점은 한때 한국맥도날드 본사가 둥지를 틀었던 자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맥도날드 관훈점이 있던 종각역 상권은 지난해 서울 지역상권 중 상가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올랐다. 

2016년 4분기 대비 2017년 4분기 종각역 상권의 상가 임대료는 38.4%나 상승했다. 지난 1분기 임대료는 1㎡당 6만3900원이었다. 5년 전인 2013년 1분기에 3만5400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80.5% 올랐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맥도날드가 떠난 자리엔 마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종각역보다 상승폭이 낮긴 하지만 신촌 상권도 임대료가 올랐다. 이 지역의 상가 임대료는 전년 대비 13.1% 상승했다. 대학 상권을 중심으로 상가 임대료가 특히 많이 올랐다.

높은 임대료 탓일까. 종각역과 신촌 상권에서 임차인을 찾는 공실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제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라고 해도 높은 임대료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실적 악화에 햄버거병 논란까지 더해져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맥도날드에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을 가능성이 높다. 

 

높은 임대료 탓에 주인을 찾는 공실이 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높은 임대료 탓에 주인을 찾는 공실이 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폐점한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메시지는 바로 ‘패스트푸드의 몰락’이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에는 맥도날드 신촌점 말고도 300m만 가면 맥도날드 연세대점이 있고, 또다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버거킹 매장이 두개 더 있다. 패스트푸드가 오랜 세월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얘기다. 특히 신촌 상권은 프랜차이즈의 트렌드를 이끌던 곳이었다.

이런 신촌에서 맥도날드가 문을 닫았다는 건 시사하는 게 많다. 더구나 맥도날드가 빠진 자리엔 이마트의 H&B스토어 ‘부츠(Boots)’가 들어선다. 맥도날드가 떠난 이유가 표면적으론 임대료 상승일진 몰라도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패스트푸드에서 뷰티로 바뀌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임대해 사용하던 맥도날드와 달리 부츠는 지상 1층만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부츠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엔 이보다 좋은 상권이 없다고 판단해 신촌에 부츠 14호점이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부츠가 입점 예점 예정인 신촌 상권에는 H&B스토어 올리브영과 랄라블라가 이미 진출했다. 그에 앞서선 화장품숍들이 즐비하게 골목에 들어섰다. 화장품을 직접 바르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곳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단 얘기다. 이는 굳이 신촌 상권이 아니라 어디라도 마찬가지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매장이 맥도날드에서 부츠로 바뀐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맥도날드는 신선하고 새로웠다.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에게 맥도날드는 그만큼 흥미롭지 못하다. 맥도날드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등 대형매장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구매력이 안 따라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젊은 소비자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면, 다음 유행할 유통채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란 얘기다. ‘치솟는 임대료’ ‘소비트렌드의 변화’… 맥도날드 폐점이 우리 사회에 던진 두개의 메시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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