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는 직장인

직장 내에서 외국어를 활용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에서 외국어를 활용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업 이후에도 스펙을 쌓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8년 23.9%였던 성인남녀의 학습 참여율은 지난해 33.4%로 9.5%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성인교육 시장도 2조5000억원(2013년)에서 지난해 3조원으로 불어났다.

가장 인기가 많은 자기계발 분야는 외국어로, 성인교육 시장의 76%(약 1조8000억원)를 차지한다. 설문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성인남녀(대학생 제외) 중 ‘영어회화를 배우고 싶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3.8%였다. 성인 외국어 교육업체들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가령, 2014년 매출이 164억원에 불과했던 시원스쿨은 2016년에만 13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직장에서 외국어를 활용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업무 중 외국어 사용률이 36.5%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외국어 사용률은 28.9%로 가장 낮았고, 높은 외국어 스펙을 요구하는 대기업도 34%에 그쳤다.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영어를 쓸 일이 없어서(44.7%·복수응답)’ 영어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스펙을 쌓는 걸까.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이직 준비(38.4%)’를 꼽는다. SNS서비스업체 블라인드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이직을 시도한 직장인들은 66%나 된다. 이직 사유로는 ‘연봉(26.8%)’이 1위를 차지했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 스펙을 쌓는 직장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자신의 경제력에 만족하지 않는 직장인이 82.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취업포털 커리어).

문제는 이직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대기업(12.8%)’ ‘외국계 기업(8.2%)’ ‘공기업(2.7%)’ 등 이직 성공률은 10% 안팎이다(잡코리아). 그나마 ‘중소기업’ 이직 성공률이 76.2%라는 점은 위안을 삼을 만하다. 스펙 쌓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비용은 월평균 17만2000원이었다. 이직을 위해 써먹을 일 없는 자격증·어학점수에 열 올리는 직장인들. 한국 성인 교육산업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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