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한국경제의 작은 빛 평화
변수 많아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
값싼 북한 노동력 활용 어디까지 가능할까

북미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남북경협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사진=뉴시스]
북미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남북경협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사진=뉴시스]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어느 한곳 성한 데가 없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수출은 줄고 있다. 금융시장은 자본유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다. 우리 주력산업의 경쟁력도 위태롭다. 무엇보다 중국기업의 추격이 거세다.

정부의 해결책은 ‘일자리’였지만,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하게 간담회를 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 때문이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취업자 수가 7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에도 못 미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팀 모두가 무거운 책임 느낀다“며 “정부가 그간 일자리 창출 위해 많은 노력 기울였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소비는 더욱 암울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1468조원)를 갚느라 지갑을 열 여력이 없다. “외환위기 때가 나았다”는 한탄이 절로 나올 법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작은 희망조차 없는 건 아니다. 한국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한줄기 빚은 있다. 한반도 평화다. 4ㆍ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ㆍ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언대로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운전대를 꽉 쥐게 됐다. 국민들은 이에 힘을 주려는 듯 6ㆍ13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표를 몰았다.

한반도 평화무드에서 기인한 남북경협은 그만큼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수출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그림은 희망을 주기 충분하다. 북한의 낙후된 산업과 노후화된 인프라 개발사업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당장 북한이 문만 열어줘도 대륙과 연결하는 거대한 시장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다. 남북경협은 언제든 벽에 부닥칠 수 있다. 개성공단도, 금강산관광도 예외는 없었다. 남북 및 북미관계에 따라, 때론 한반도 정세에 따라 남북경협은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남북경협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릴레이 정상회담 축제는 끝났다. 우리는 지금 과제를 풀 때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모든 게 설익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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