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외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中

맞벌이 신혼부부는 늘어난 소득이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퇴직이나 임신 등으로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다. 한번 늘어난 지출은 쉽게 줄어들지 않아서다. 맞벌이 신혼부부일수록 올바른 경제습관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갑작스러운 외벌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2편 두번째 이야기다.

신혼부부일수록 안정적인 경제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신혼부부일수록 안정적인 경제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안씨 부부는 지난해 남편의 가상화폐 전업투자 선언으로 외벌이 가계가 됐다. 신혼집 전세금까지 빼서 투자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벌이는 줄었는데 사용하는 돈은 줄지 않으면서 1년 만에 가계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맞벌이를 하면서 늘어난 지출을 줄이지 못한 탓도 컸다.

안씨 부부처럼 많은 신혼부부가 경제습관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맞벌이 덕에 소득이 두배로 늘면 지출까지 증가하는 일이 많아서다. 필자는 재무 문제가 발생한 신혼부부를 상담을 진행하면서 지켜야 할 경제습관 다섯가지를 소개하곤 한다.

첫째, 선저축-후지출 습관이다. 돈을 불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끼고 모으는 것이다. 신혼부부는 물론 사회초년생도 소득의 30% 이상은 반드시 저축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둘째, 신용카드를 잘라야 한다. 지출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신혼부부는 더 유의해야 한다. 각종 할인 혜택을 핑계로 3~4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엔 큰 함정이 있다. 일정한 금액을 사용해야 할인이 가능하다는 거다. 몇푼 안 되는 할인을 받으려다 소비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혜택을 비교해 본 후 가장 필요한 카드 1장만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자동차 구입은 최대한 미루는 게 낫다. 결혼을 하면 자동차를 장만해야 한다는 욕구가 생긴다. 차를 마련하기도 쉽다. 할부나 리스 등을 활용하면 목돈이 없어도 차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할부나 리스는 저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쉽다. 여기에 자동차 관리비, 세금, 보험료 등 부수적인 지출도 저축을 어렵게 만든다.

넷째, 필요한 경우에만 돈을 빌려야 한다. 돈을 모으는 것만큼 가계 재무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은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한다면 적어도 카드론, 대부업 등 이자율이 높은 금융기관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마지막으로 자기 개발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자기 개발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직 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다. 돈만 재산이 아니다. 자기 개발로 습득한 지식과 지혜 역시 소중한 재산이라는 얘기다.

다시 안씨 부부 이야기를 해보자. 그의 남편 권씨가 가상화폐 투자를 포기하기로 선언하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제 월 383만원에 이르는 지출을 하나씩 줄여보기로 하자. 우선 월세 70만원이다. 월 소득(390만원)의 20%에 달하는 월세 지출은 가장 큰 부담이다. 이 돈만 아껴도 월 70만원의 저축이 가능하다. 안씨 부부는 남편의 투자금을 정리한 돈으로 전셋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남편 권씨가 투자한 현황은 주식 4300만원, 가상화폐 8400만원이었다. 다행히 처분 직전 가상화폐 가격이 상승하면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3월 말 76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의 환매에 나선 5월 7일 1030원대로 상승했다. 그 결과, 8400만원이었던 투자금이 1억1300만원으로 늘었다. 주식투자는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안씨 부부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 1억5600만원(주식 4300만원·가상화폐 1억13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활용해 전셋집을 마련했다. 아내의 직장과 가까운 경기도 성남의 다세대 주택으로 6월 중 이사하면서 월세 70만원을 아끼게 됐다. 더불어 8만원이었던 관리비도 5만원으로 낮아져 3만원 절감하게 됐다. 이사 비용(100만원)도 투자금을 활용했다.

월 24만원에 달하는 통신비도 줄였다. 안씨 부부는 통신사 VIP 혜택을 받기 위해 10만원대의 고액 요금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문형 비디오(VOD) 등의 각종 유료 부가서비스도 사용하고 있었다. 안씨 부부는 사용량을 확인해 5만원대의 요금제로 변경했다. 가족결합 등을 활용해 추가 할인을 받았고 통신비를 월 10만원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출 비중이 가장 큰 식비도 줄여야 한다. 안씨 부부는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월 150만원을 식비로 지출했다. 두 사람의 식비로는 매우 과도한 수준이다. 외식은 주말로 제한하기로 했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에 부담을 느낀 만큼 반찬 정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식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렇게 150만원의 식비를 80만원으로 감축했다.

부부 용돈은 구분하기로 했다. 안씨 부부는 용돈을 따로 산정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생활비에서 용돈을 지출하게 됐고 과소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용돈을 따로 분류해 사용하기로 했다. 부부는 협의를 통해 월 35만원(아내· 20만원, 남편·15만원)의 금액을 정했다. 마지막으로 보장성 보험이다. 보험상품은 중도에 해지할 경우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 해지보다는 보장 감액, 중복 특약 해지, 감액 완납 등으로 상품을 수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씨 부부의 종신보험도 보장보다는 환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제는 종신보험의 경우 환급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바에는 보험에 납입하는 돈을 저축으로 돌리는 게 훨씬 유리하다. 안씨 부부는 월 33만원에 달하는 종신보험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건강보험과 암보험 등은 중복보장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특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낮췄다. 그 결과, 5만원대 실손보험, 9만원대 건강보험, 6만원대 암보험으로 보험을 조정했다. 이렇게 월 55만원의 보험료를 20만원으로 낮췄다.

의류·미용비(20만원)와 생필품 구입비(15만원)도 조정했다. 따로 지출하고 있던 비정기 지출을 합쳤고 지출 절약을 위해 금액도 25만원으로 10만원 줄였다. 안씨 부부는 지출구조 개선으로 월 383만원에 달했던 지출을 월 216만원으로 167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월 7만원에 불과했던 잉여자금은 167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안씨 부부의 재무설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증가한 잉여자금을 활용해 노후준비는 물론 저축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씨 부부의 완성된 재무설계는 어떤 모습일지 다음편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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