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복과 건강 이야기

강하게 계절을 나기 위해서는 여름엔 무조건 ‘적고’ ‘얇게’, 겨울엔 무조건 ‘많이’ ‘따뜻하게’ 입는 게 정답일까. 놀랍게도 사람의 기초체력인 방위체력 중 체온조절능력은 부모가 아이에게 입힌 의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명한 부모가 아이의 건강한 의생활을 만든다는 얘기다.
 

땀 흘릴 기회가 많을수록 더위에 더 잘 적응하게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땀 흘릴 기회가 많을수록 더위에 더 잘 적응하게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폭염은 한여름, 그것도 일정기간에나 찾아오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올해는 6월부터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렇게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에 노출이 심한 의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의복 따위는 여름엔 그 의미를 잃은 듯하다.

여름철에는 무조건 적게 얇게 입고, 겨울철에는 무조건 많이 따뜻하게 입는 것이 정답일까. 건강하게 계절을 나기 위한 의복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하긴 할까. 놀랍게도 여러 연구들은 사람의 기초체력인 방위체력 중 체온조절능력은 부모가 아이에게 입힌 의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름철이 되면 우리 인체는 피부온皮膚溫과 피부혈류량을 증가시켜 땀을 배출한다. 심부온深部溫과 피부온도 상승을 조절할 수 있도록 체온조절시스템을 바꾸는 거다. 땀을 흘리면 피부온도가 쉽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땀을 무작정 많이 흘리는 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많은 땀은 불쾌감을 유발한다. 효율이 높은 땀으로 체온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에 있는 모든 땀샘이 전부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땀샘은 땀을 흘릴 수 있는 것과 그러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땀을 흘릴 수 있는 땀샘은 ‘능동한선’이라고 한다. 땀이 분비되는 ‘발한’ 효율을 높이려면 먼저 이 능동한선의 개수가 많아야 한다. 애석하게도 효율적인 발한을 돕는 능동한선의 개수는 태어나서 1년 안에 결정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어떤 방법으로도 개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만 1세가 되기 전에 여름철 혹은 일상생활에서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린 경험이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평생 사용할 능동한선 개수, 이를테면 땀의 능력이 결정된다는 거다. 

독자들 중 1세 이전의 아이를 양육하는 이가 있다면 여름철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주는 것보다는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땀을 자주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이는 멀리 내다봤을 때 아이가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여름에 땀을 흘릴 기회가 많을수록 더위에 대한 능력인 ‘내열성’이 커지고, 더위에 잘 적응해 주관적으로 더위를 덜 느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겨울철에는 어떤가. 겨울철이 되면 우리 인체는 혈액을 중심부로 모은다. 외부로 나가는 열 손실을 막고 열 생산(산열)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체온조절시스템을 바꾼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의 사람들은 여름철에는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겨울철에는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 계절적 특성을 보인다. 겨울철에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 것은 추울 때 쉽게 열을 생산할 수 있도록 체온조절시스템이 바뀌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옷을 입히면 추위를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사진=뉴시스]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옷을 입히면 추위를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사진=뉴시스]

인체는 12세를 기점으로 기초대사량의 변화가 나타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초 대사량이 점차 낮아지면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안정화된다. 12세와 30세를 비교해보자. 30세 성인은 12세 아동보다 추위를 더 많이 느낀다. 산열도 더 적다. 아동기에는 어른보다 의복을 많이 껴입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부모는 어떤가. 겨울철에도 본인이 춥다고 느끼는 만큼 아이가 추울까봐 혹은 감기에 걸릴까봐 아이에게 두꺼운 패딩은 기본이고 목도리, 모자, 마스크, 장갑에 방한부츠까지 겹겹이 입히는 사례를 많이 본다. 패딩이 겨울철 대표 의복이 돼버린 요즘 그게 뭐 대수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옷을 입히면 아이는 추위를 방어하기 위한 산열의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된다. 보온력이 높은 의복을 입은 탓에 인체가 산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히 산열의 기회를 잃는 것뿐만이 아니다. 두꺼운 의복 때문에 움직임이 둔해지면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진행됐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겨울철에 옷을 적게 입은 초등학생은 옷을 많이 입은 초등학생보다 신체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학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연구결과는 이외에도 많다. 옷을 많이 입는 습관이 있는 아동은 성장하면서 기초대사량 수준이 평균보다 낮게 유지된다는 것, 추위에 자주 노출되거나 서늘하게 의복을 착용하는 훈련을 하면 추운 환경에 대한 능력인 내한성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모는 겨울철에 아이의 체력 수준을 고려해 적정량의 의복을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보온력이 과도하게 우수한 의복보다는 아이의 활동성을 저해하지 않는 적절한 보온력의 의복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어딜 가든 냉난방이 잘 돼 있다. 외부활동보다는 학업활동에 더 신경 쓰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현명한 부모라면 계절의 변화에 맞춰 아이의 의복을 골라야 한다. 여름에 덥더라도 조금 더 입히고 겨울에 춥더라도 조금 덜 입히는 의생활 활동(착의훈련)을 아이에게 적용해보자. 인위적이지 않은 순리적인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방위체력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백윤정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yjbaek98@snu.ac.kr│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