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서점 vs 현실 속 서점
생존 위기에 내몰린 중소서점의 민낯
대형서점 수 늘었지만 매장은 작아져
독서인구 늘지 않는데, 서점 부활 넌센스

서점업계는 지금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승부의 추는 기운 지 오래. 하지만 생존을 내건 서점들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독서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서점의 미래를 밝게 점치기는 어렵다. 미디어가 말하는 ‘서점의 부활’은 현실 속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거짓’을 출판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점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대형서점은 도서 비중을 줄이고 문구류 등의 비중을 늘리는 생존전략을 취했다.[사진=뉴시스]
대형서점은 도서 비중을 줄이고 문구류 등의 비중을 늘리는 생존전략을 취했다.[사진=뉴시스]

침체에 빠져있던 코엑스몰을 부활시킨 ‘별마당 도서관’, 연남동ㆍ해방촌 등 젊은층이 붐비는 동네에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독립서점’. 미디어 속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을 알리는 듯하다. 하락세를 걷던 오프라인 서점은 정말 부활했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규모를 떠나 서점들은 지금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별마당 도서관은 영풍문고가 신세계로부터 위탁운영하고 있다. 7만여권의 도서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개방형 도서관으로, 개장 후 1년간(2017년 5월~2018년 5월) 2500만명이 다녀갔다. 코엑스몰은 별마당 도서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공실률이 7%에서 0%로 떨어졌고, 주변 매장의 매출액은 30% 이상 증가했다. 서점의 집객 효과가 증명된 셈이다. 최근 새로 출점하는 대형쇼핑몰의 중심에 대형서점이 들어서는 게 공식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영풍문고 코엑스점은 별마당 도서관이 개장한 뒤 크게 쪼그라들었다. 코엑스몰 지하 1~2층 2645㎡(약 800평)에 있었던 영풍문고는 지난 2월 절반 규모의 매장으로 이전했다. 기존 영풍문고가 있던 자리에는 신세계의 전문점 ‘펀스토어’가 6월 중 입점한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별마당 도서관과 가까운 위치로 옮겨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다르다. 코엑스몰 인근에서 근무하는 김미나씨는 “서점 규모가 절반 이하로 작아지면서, 도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미디어들이 설파한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대형서점의 출점은 늘었지만 그 규모는 작아졌고, 도서 비중도 줄었다. 대형서점 3개사(교보문고ㆍ영풍문고ㆍ반디앤루니스)의 매장수는 총 84개(2018년 1월)로 2015년(63개) 대비 33% 증가했다. 하지만 도서만 판매하는 매장은 거의 없고 음반ㆍ문구류의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교보문고 합정점의 경우, 전체 1550㎡(약 469평)중 661㎡(약 200평)가량이 문구류를 판매하는 핫트랙스 매장이다. 온라인 서점과 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대형서점이 도서 유통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는 방증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면서 “고객을 오프라인 서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형서점 3사의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다. 1994~1998년 3.2%이던 영업이익률은 2010~2016년 0.6%로 감소했다.

생계의 벽에 부딪힌 독립서점

최근 열풍이 분 독립서점의 상황은 어떨까. 독립서점은 주인이 큐레이션한 책을 판매하는 소규모 서점이다. 기존 서점과 달리 개성 있고, 주인과 고객이 소통하는 분위기가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독립서점은 277곳(퍼니플랜ㆍ2017년 독립서점 현황조사)으로 이중 158곳이 수도권에 있다. 하지만 2년 내 폐업률은 7.2%(20곳)에 이른다.

서울 마포구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다 2년 만에 폐업한 이야기를 담은 송은정 작가의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독립서점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일단 멈춤의 월 순수익은 60만~80만원 선, 일주일에 하루를 쉬고 평균 9시간 이상을 일했다. 책 판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을 메꾸려 저녁마다 워크숍을 돌렸다. 매일 같이 돈에 대해 생각하고, 눈을 뜨자마자 시간에 쫓기는 하루가 반복됐다. ‘적게 벌고 적게 일하겠다’는 다짐이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버는’ 현실에 압도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남동에 밀집한 10여개의 독립서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행전문 독립서점 ‘사이에’를 운영하는 조미숙 대표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 판매만으로는 수익이 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면서 “팟캐스트, 북콘서트, 독서토론회 등 다양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점 방문객에 비해 도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서점에서 만난 고객 여민정씨는 “독립서점을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면서도 “책을 구입할 때에는 대형서점 온라인 사이트에서 쿠폰 할인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독립서점들이 커피나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퍼니플랜에 따르면, 독립서점의 23%가 커피를, 8.6%가 주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연남동에서는 지난 6개월여 동안 3개의 독립서점이 폐업했거나 휴업중이다.

각종 서점의 범람 속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지역 중소서점이다. 중소서점은 대부분 생계형으로, 오랜 시간 지역 거점 서점 역할을 해왔다. 1973년 대림동에 문을 연 대림서적은 그중 하나다. 김상희 대림서적 대표는 적자에도 버텨왔던 서점 운영을 접어야 할지 고민이다. 최근 대림서적과 2.5㎞ 거리에 영풍문고 가산마리오점이, 4.5㎞ 거리에는 반디앤루니스 여의도신영증권점이 오픈하면서 매출 감소가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0여년 사이 주위의 중소서점 5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면서 “동네에 서점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는데,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서점의 폐업을 막아보겠다고 2014년 개정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도서정가제는 모든 서점에 10%의 직접할인, 5%의 간접할인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서점에선 15%의 직ㆍ간접할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중소서점은 할인을 적용하기 여의치 않다. 김 대표는 “도서 마진이 3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중소서점이 15%의 할인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독립서점 운영자들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독립서점 운영자들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중소서점을 위한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은 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서점의 신규 출점시 1년간 초ㆍ중ㆍ고 참고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중소서점 매출액의 57.5%(경기연구원)가 참고서에서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유예기간이 지나면 중소서점은 최소한의 울타리마저 잃게 된다. 중소서점 업계가 “대형서점의 참고서 판매만이라도 금지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탁상정책으로 중소서점 살릴까

이처럼 서점들이 각자도생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구는 감소하고, 긴 텍스트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독서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면 서점도 약한 고리부터 잠식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대웅 서울출판예비학교 교수는 “독립서점의 경우 큐레이션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콘셉트를 명확하게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중소서점은 지역과 밀접하게 교류해 문화 명소로 자리 잡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많은 텍스트를 소비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책의 정의를 새롭게 해 모바일 내에서 책을 소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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