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살아 있는 대화가 필요한 이유

SNS는 사람들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 모았지만 오히려 '살아있는 대화'는 사라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SNS는 사람들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 모았지만 오히려 '살아있는 대화'는 사라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후와 IBM은 재택근무를 금지하고 직원들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근무가 되레 생산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렸다는 결론에서였다. 반대로 ‘대화’를 나눌수록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야후와 IBM은 판단했다.

한때 로펌부터 컨설턴트회사까지 많은 회사들이 효율성을 위해 대면 회의를 없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대면회의 폐지가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질적 향상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람들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들일 것 같았던 SNS는 협업은 물론 대화에도 적절한 플랫폼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대화의 회복은 가능할까.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저자인 셰리 터클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각성으로 대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가 “대화를 잃어버렸다”고 인정한다. ‘더 빨리’를 위해 ‘더 깊이’를 잃고, 능률만 따지다 본질에서 벗어나고, 편리를 위해 관계를 희생시키고, 그렇게 해서 공감 능력을 잃었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지적하는 사례들을 보면 단절된 디지털 세상에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점점 친구를 온라인 대화에서처럼 ‘언제나 원하면 끊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사고방식은 모든 관계를 비인격화하고 인간관계의 이해를 방해한다. 인간의 애착관계 형성은 평생의 과제이며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장치다. 그런데 SNS 대화에 익숙한 아이들은 눈앞에 있는 사람도 감정 없는 사람으로 대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도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 SNS는 기회를 확대해주는 새로운 세계였지만 지금은 심리적 불안의 원인으로 전락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들이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알게 된 이상,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선택지 앞에서 나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대화를 주고받는 순간에도 다른 잃어버린 기회를 생각하느라 깊이 대화하지 못하기도 한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해 깊은 관계로 가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비인격화된다. 20세기가 ‘고독한 군중’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함께 외로운’ 시대가 됐다.

셰리 터클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 있는 대화’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SNS의 익명 댓글들은 기술이 아직 책임감 있는 민주주의 시민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우리가 왜 대화를 회복해야 하는가’에 대해 개인적 차원에선 공감력을, 회사 차원에선 생산성을 끌어올려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SNS가 ‘공감을 위한 보조 바퀴’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본말이 뒤바뀌어 가고 있음을 우려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존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인간은 기술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저자가 기술의 활용을 주장하는 기술심리학자라는 점 때문인지 이 주장은 큰 울림을 준다.

세 가지 스토리

「죽음을 이기는 독서」
클라이브 제임스 지음 | 민음사 펴냄


문화 비평가인 저자가 말년에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뒤 쓴 비평집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저자는 그 전까지 삶을 즐겨야 하며, 최고의 방법은 독서라고 말한다. 그 또한 다가오는 죽음을 걱정하기보다는 전성기 때처럼 생명력 넘치는 비평을 마지막까지 써나갔다. 헤밍웨이부터 ‘왕좌의 게임’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저자의 광범위한 관심사는 이 책의 독서 포인트다.

「Money 2.0」
사토 가쓰아키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현대 비즈니스의 꽃은 정보기술(IT)이다. 플랫폼·공유경제·가상화폐 등 돈이 모이는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IT에서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인 저자는 IT의 획기적인 변화로 돈의 가치와 경제 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으며,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우리의 경제 관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의 급물살 속에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한다.

「시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물리여행」
마쓰우라 소 지음 | 프리렉 펴냄


흔히 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학에서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고,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가령, 지구보다 중력이 매우 강한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 맞먹는다. 저자는 시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역대 과학자들의 이론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시간과 중력을 다룬 영화 ‘인터스텔라’를 흥미롭게 본 이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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