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외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下

많은 이가 이렇게 말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1순위 청약자가 넘쳐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여전히 집값은 억소리 나게 비싸다.” 하지만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노리는 사람에게 청약통장은 필수다. 소득공제가 가능해 절세상품으로도 좋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남편의 재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분석했다. ‘실전재테크 Lab’ 12편 마지막 이야기다.

가계 재무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는 계획을 짜야 한다.[사진=뉴시스]
가계 재무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는 계획을 짜야 한다.[사진=뉴시스]

권태준(가명·32세)씨와 안희진(가명·31)씨 부부의 재무상황은 지난 1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1년 전엔 부부 모두 대기업에 다니며 안정적으로 생활했지만 남편이 가상화폐 투자에 빠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권씨는 살고 있던 전셋집을 보증금을 밑천으로 가상화폐 투자시장에 뛰어들었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권씨는 “당시 가상화폐의 상승세를 봤을 땐 금방 부자가 될 줄 알았다”며 “부부의 노후자금과 작은 빌딩을 장만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는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가상화폐 가격이 고꾸라지면서 수익은커녕 원금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을 하면서 부쩍 증가한 소비는 계속 늘기만 했다.


급기야 아내 안씨의 수입(월 390만원)으로 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번졌다. 재무상담을 신청할 지경에 몰렸다. 그 과정에서 변화가 또 생겼다. 남편은 3주 고민 끝에 가상화폐 투자를 접었다. 지출을 분석하고 줄이는 과정을 통해 월 383만원(소비성 지출 295만원+비정기 지출 33만원+금융성 상품 55만원)에 달했던 지출을 월 216만원(소비성 지출 158만원+비정기 지출 38만원+금융성 상품 20만원)으로 167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월 55만원이던 보험료는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면서 20만원으로 낮췄다. 통신비·식비·생활비 등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였다. 그 결과, 부부는 월 7만원에 불과했던 잉여자금을 174만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잉여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고민은 부부가 해결해야 할 재무적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첫째, 내집 장만이다. 부부는 남편이 가상화폐 투자를 포기하면서 아내 안씨의 회사 근처에 전셋집을 마련했다. 전셋집은 49.5㎡(약 15평) 부부가 살기에는 충분하지만 아기가 생기고 살림이 늘어나면 이사를 해야만 한다.

둘째, 노후 준비다. 노후 준비는 재무설계에서 빠질 수 없다. 현재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만큼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자녀 교육비 마련이다. 부부는 3~4년 내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실상 남편이 쉬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럼 월 잉여자금 174만원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가장 먼저 내집 마련을 위해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 지금처럼 1순위자가 많고 주택가격이 비쌀 때 청약저축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무주택 가입자는 납입액의 40% 연 24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가 가능해 절세 차원에서도 매력적이다. 굳이 집을 사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공급하는 임대·장기전세주택 등을 분양받으려면 청약저축이 필요하다. 부부가 살고 있는 경기도에서 청약신청을 하려면 200만원의 예치금(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기준)이 필요하다. 부부는 2년 안에 주택청약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월 10만원을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노후준비는 변액연금(월 2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부부 모두 노후준비의 니즈가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이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변액연금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변액연금에 담긴 다양한 펀드를 공부하는 것으로 투자를 경험하라는 취지였다. 매번 얘기하지만 변액연금은 단점이 뚜렷하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비가 높고 10년 이상 유지해서 비과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펀드·채권 등에 투자해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부부는 우선 월 20만원의 금액으로 변액연금에 가입했다. 추후 남편의 소득이 생기면 추가납입 등을 통해 납입 금액을 더 높이기로 했다. 노후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런 점에서 아직 30대 초반인 부부는 상당히 유리하다. 노후준비에 있어서 긴 시간만큼 좋은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남은 금액 144만원 중 80만원은 두개의 적금통장을 활용해 자산을 늘리기로 했다. 사실 부부는 투자로 돈을 불리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투자 실패로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시중금리가 낮아 적금으로는 자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민을 키웠다. 필자는 “복잡할 땐 기본으로 돌아가자”면서 “적금을 활용하자”고 조언했다.

부부는 50만원을 종잣돈 마련을 위한 적금에 가입했다. 30만원은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한 통장에 넣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임신기간 필요한 돈과 아내 안씨의 휴직 등에 대비할 계획이다. 20만원은 비상금 통장에 넣어 관리하기로 했다. 부부는 현재 아내인 안씨 혼자 돈을 벌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임신이나 이직 등의 일이 생기면 소득원이 사라질 우려가 크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비상금 통장이다. 연금·적금·보험 등 중간에 납입이 끊기면 손해를 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비상금 통장은 필요하다. 부부는 남편이 투자를 그만두면서 생긴 투자 회수금 1500만원도 비상금 통장에 입금해 관리할 예정이다.

남은 44만원 중 20만원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남편을 위해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종목은 두개로 나눠, 배당주펀드(10만원)와 신흥국펀드(10만원)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상품을 두개로 쪼갠 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주기적으로 확인해 수익률을 관리하기로 했다. 남은 24만원은 남편의 영어 학원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 부부에게 필요한 것도 소득증가다. 이를 위해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남편의 재취업이 선결과제다. 부부는 당장 취직을 하기보다 조금의 여유를 갖기로 했다. 투자 실패에 따른 부담과 무너진 남편의 라이프 사이클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남편은 영어를 공부하고, 생활을 정상화하면서 재취업에 필요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부부의 재무설계는 이렇게 일단락됐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임신 등으로 재무상황이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제2·제3의 계획과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우려도 있다. 재무설계의 전제는 장기플랜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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