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후폭풍

GDP 대비 수출 비중 35.1%
대미 수출 비중 24.8%
대중 수출 비중 12%
GDP 대비 내수 비중 53.4%


세계시장이 침체하거나 무역전쟁이 터지면 으레 나오는 통계들이다. 정부와 전문가들도 앵무새처럼 똑같은 주장을 반복해댄다. “내수를 키워야 산다.” 하지만 이 뻔한 주장은 메아리만 울린 채 사라지고, 한국경제는 또 고래 앞 새우 신세가 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지금이 딱 그렇다. 지겨운 말이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위험하다. Made In Korea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팽팽하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중 모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미국이 고관세로 으름장을 놓자, 중국도 고관세로 고함을 친다. 언제 끝날지도, 얼마나 더 격화할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세계경제 패권을 둘러싼 싸움인데, 시시하게 끝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이번에도 우리나라다. 수출 덕에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선 또 ‘눈칫밥’을 먹게 생겼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미중(G2)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G2 양국이 서로에게 수출 경고장을 날리며 무역 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포문을 연 건 글로벌 무역전쟁을 주도하는 미국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에 관한 대통령 성명’을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1102개 제품, 규모는 500억 달러(약 55조5500억원)에 이른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중국도 관세로 맞받아쳤다. 대상(659개 미국산 수입품)도, 규모(500억 달러)도 엇비슷한 주먹을 날렸다. 더불어 양국이 합의한 모든 무역성과를 무효화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제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글로벌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금껏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2017년 기준)의 각각 24.4%와 15.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격돌할 경우 세계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고 미중 무역전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부메랑을 정면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다. 우려는 벌써 금융시장을 얼리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던 국내 증시는 낙폭이 커지고 있다. 6월 14일 2423.48포인트로 하락한 코스피지수는 21일 2337.83포인트로 3.53%포인트(85.65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6일(2319.82포인트) 이후 9개월 만에 종가 기준 2340포인트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크게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21일 원·달러 환율은 1112.8원을 기록, 지난해 11월 14일(1118.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달러화 강세에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치를 떨어뜨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이 거친 형국을 띠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G2 무역전쟁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역전쟁 리스크 확대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취약한 코스피시장의 수급여건을 생각할 때 외국인 매도압력 강화,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일로’

한국의 ‘밥줄’인 수출시장에 미칠 영향도 막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 감소는 국내 수출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비중이 높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비중은 78.9%로, 금액은 1121억 달러(약 124조5430억원)에 달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0.9% 감소하고 우리나라의 총 수출은 0.03% 줄어들 수 있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으로 0.02%의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의 성장둔화로 0.01%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의 대미 수출이 연 10% 줄어들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연간 283억 달러(약 31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연구원의 ‘미중 상호 관세 부과의 한국 수출영향 분석 결과’를 인용, 미중 무역전쟁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미중 무역 전쟁으로 대미 수출은 연 6000만 달러, 대중 수출은 연 2억7000만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크든 작든, 그 파급효과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수출 구조를 다각화하고 대체시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당장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은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시적 관점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어도 지금의 시련을 버텨야 하는 기업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며 “대비책을 마련하되 거시적인 측면과 미시적은 측면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역대 정부 대체 뭐했나


미중 무역전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시장의 패권이 달려 있어서다. 경제 패권을 거머쥐면 정치 분야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이유다. 김두언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헤게모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늘 그렇듯 두 강대국의 싸움은 한국에 부담스럽다. 유럽연합(EU)마저 미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역대 정부의 공언이 한낱 공염불에 그친 결과다. 우린 이제 무엇을 준비해 하는가. 고래가 맞붙으면 겁먹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있어야 하는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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