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업체 상장, 득일까

국내 일부 화학업체들의 전기차배터리 사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제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의 ‘상장 효과’가 국내 배터리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견제는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아 회의론도 만만찮다. 더스쿠프(The SCOOP)가 CATL 상장 후 국내 배터리업계의 미래를 내다봤다. 

중국은 향후에도 자국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 지원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중국은 향후에도 자국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 지원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지난 11일 중국 선전深圳 증권거래소 창업판에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상장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 1위를 노리겠다는 게 CATL의 계획이다. 그러자 한국 화학업체들의 전기차배터리 사업부문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CATL 상장 효과’를 한국 화학업체들이 톡톡히 누릴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실제로 지난 5월 22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자동차 배터리 부문 ‘화이트리스트’ 예비명단에 삼성SDIㆍLG화학ㆍ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다. 

하지만 셈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들을 견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삼성SDIㆍLG화학 등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또다시 제외했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이후 ‘한국 제외 전략’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가격의 최대 절반에 달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현지 판매가 쉽지 않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체의 위기설이 나도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드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사드 때문만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한중 관계가 회복세를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골적인 차별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 주장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2016년 7월. 공교롭게도 중국은 그해초 한국 업체들을 규제하는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만들었다. 하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은 인증업체 선정 과정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업계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중국 정부가 모범 규준 인증을 만들면서 이를 보조금 지급과 연계하지 않을 거라고 한 건 ‘인증을 못 받아도 보조금은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증을 받아도 보조금은 못 받을 것’이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면서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견제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론 중국이 보호장벽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거라는 분석도 있다. 자국 업체가 ‘온실 속 화초’가 되는 건 썩 좋은 결과가 아니어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2020년까지 완전히 없앤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 전까지 자국 업체들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업체에 기회가 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더 많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보조금 지원 종료는 중국이 정해놓은 시한일 뿐이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의 지배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막을 길은 사실상 없지 않겠는가.” 상장에 성공한 CATL은 최근 유럽 현지에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국내 배터리업체를 향한 견제는 더욱 촘촘해지고 있다. CATL의 상장. 우리가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아직 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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