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본 토종 OTT의 위기

넷플릭스가 게임 업체와 손을 잡았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예상 외로 찰떡궁합을 이룰지도 모른다. 넷플릭스는 게임처럼 시청자가 스토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트를 제작 중이다. 이미 시가총액 기준 월트디즈니를 넘어섰음에도 새로운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제 넷플릭스는 한국을 노리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넷플릭스로 본 토종 OTT의 위기를 살펴봤다. 

넷플릭스가 게임 업체와 손을 잡고 자체제작 콘텐트의 장르를 넓히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게임 업체와 손을 잡고 자체제작 콘텐트의 장르를 넓히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미국 유명 게임제작사 ‘텔테일게임즈’와 손을 잡았다. 글로벌 1위 OTT(Over The Topㆍ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뜬금없이 게임을 제작하겠다는 건 아니다. 대신 게임 ‘마인크래프트-스토리모드’를 활용해 특별한 시도를 한다. 시청자가 참여해 스토리 전반을 선택하면서 각기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동영상 콘텐트를 만드는 거다. 넷플릭스가 또다시 새로운 콘텐트로 승부를 걸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콘텐트 제국이다. 동영상만 단순 배급하던 초기 모델을 벗어난지 오래다. 지금은 영화ㆍ드라마 제작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자체제작 콘텐트가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스탠드업 코미디와 다큐멘터리, 유명 뮤지션의 공연실황에도 ‘오리지널 넷플릭스(Original Netflix)’를 붙여 독점 공급하고 있다. 영화ㆍ드라마뿐만 아니라 음악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장르만 넘나드는 게 아니다. 국경도 넷플릭스에는 걸림돌이 아니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1억2500만명을 돌파했다. 공략 타깃엔 우리나라도 있었다. OTT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던 한국시장은 넷플릭스가 군침을 흘릴 만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15년 3178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20년 7801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한국시장을 노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넷플릭스는 이제 한국 OTT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리고 있다. 진출 1년이 지났음에도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20만명 남짓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진 몸풀기였다. 넷플릭스의 콘텐트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통3사의 OTT 서비스는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에선 가입자 수가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넷플릭스의 진격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가 운영 중인 토종 OTT 1위 서비스 옥수수는 올해 1분기 기준 888만명의 가입자를 보유 중이다. 넷플릭스의 40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다른 의견이 더 많다. IT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은 ‘지갑을 열 만한 매력적인 유료 콘텐트’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아직 성장곡선을 그리는 국내시장 역시 이같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질 좋은 콘텐트를 제공하는 게 어렵고,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OTT가 이통3사의 미끼상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OTT 서비스는 무료 콘텐트 제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통3사가 이들 서비스를 데이터 소비가 많은 고가요금제 가입자를 붙잡기 위한 포석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고가요금제를 선택할수록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트를 늘리는 식이다. 옥수수의 경우 SK텔레콤 가입자를 위한 전용관을 따로 뒀다. KT의 올레TV 모바일과 LG유플러스의 LTE비디오포털 역시 특정 이동통신 요금제를 선택하면 콘텐트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이 구조는 가입자 유입이 쉽지만 소비자의 지갑까지 열어젖힐 순 없다. 경쟁력 있는 자체제작 콘텐트를 만들기보다 TV에서 이미 방영된 콘텐트를 다시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업계는 토종 OTT 서비스의 전체 가입자 중 유료 가입자는 5%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에게 기회다. OTT 플랫폼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콘텐트의 힘일 공산이 커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넷플릭스의 콘텐트가 한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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