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탓에 수출 막히면…

한국경제에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은 어제오늘 울린 게 아니다. 생산, 소비, 고용 등 각종 지표가 침체에 빠진 지 오래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수출’이었다. 초호황기를 누리는 반도체 산업 등에 힘입어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런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최근 분위기가 어둡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무역전쟁 탓에 수출이 막혔을 때 한국경제의 상황을 가정해봤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은 3.1%.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달성했다. 1등 공신은 수출이다. GDP 기여도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4.5 %나 됐다. 3년간 수출기여율 평균치(37.8 %)보다 두배가량 높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5739억 달러)이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실적을 찍은 덕이다. 전년 대비로 계산해도 15.8%나 증가했고, 세계 평균(10.6%)보단 훨씬 높았다. 

올해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5월 수출액은 509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다. 월간 수출로는 역대 5번째로 많은 수치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월간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었다. 5월 누적 수출 금액은 2464억2700만 달러로 2017년보다 16.2% 늘어난 실적을 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문제는 이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중이 거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중국은 24.8%, 미국은 12%에 이른다. 하나씩 따져보자. 두 국가는 서로에게 ‘5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공언했다.

이를 강행한다면, 우리 산업은 당장 큰 피해를 입는다.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제품이 미국의 관세제재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완제품만이 아니다. 중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산 부품을 쓰는 경우도 문제다. 관세의 덫에 걸린 중국 완제품의 수출실적이 떨어지면 부품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5%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대중對中 및 대미對美 수출은 각각 2억8000만 달러, 6000만 달러 감소한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ㆍ가전 부문에서 1억7000만 달러, 화학 부문에서 4000만 달러, 자동차에서 2000만 달러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큰 충격은 아니다. 대중 수출의 0.19%, 대미 수출의 0.09%가 줄어드는 정도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의 전망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간과한 분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을 넘어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으로 확산하면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은 상당하다. 이를 분석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자. 전세계 평균 관세율이 4.8%에서 10%로 오르면 국내 GDP 성장률은 0.6%포인트 꺾인다. 지난해 3.1%를 기록한 GDP 성장률이 2.5%로 쪼그라든다는 얘기다.

관세율 15% 인상은 GDP 1.2%포인트 하락, 관세율 20% 인상은 GDP 1.9%포인트 하락으로 이어진다.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끔찍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평균 관세율이 20%로 오르면 46만3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물론 일부에선 최대 호황기를 누리는 우리 수출이 금세 꺾이지는 않을 거라 진단한다. 지난해 여러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화려한 성적표를 낸 덕이다. 수출 효자인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추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껴도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내수시장이 든든하게 받쳐줄 때의 얘기다. 우리나라 현실은 정반대다. 올 들어 고용과 소득 등 각종 경기지표는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 2월 이후 3개월째 10만명대 초반을 넘어서지 못하다가 5월엔 7만명대로 곤두박질쳤다. 가계소득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하위 20%와 40% 가구의 경우 각각 8.0%와 4.0%가 줄었다. 1분기 서비스업 생산지수 역시 2005년 1분기(90.9) 이후 최저수준인 93.7로 내려앉았다. 

내수경제 지표에 한꺼번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까지 위험해졌다는 얘기다. 한국경제, 기댈 언덕을 잃었다. 난제難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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