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터치 효과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 소비가 늘까, 아님 반대일까. 각종 연구에 따르면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 소비자는 제품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아이스 커피를 마실 땐 더 냉정해지는 습성이 있다. 물론 소비를 결정짓는 온도는 주관적이다. 소비자의 마음이 따뜻하냐 냉랭하느냐에 달렸다는 거다.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하는 온도차가 중요한 이유다.
 

소비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졌을 때 돈을 더 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졌을 때 돈을 더 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은 소비자를 기분 좋게 해서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이런 걸 ‘점화 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점화 효과란 먼저 제시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된 자극의 처리에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선행 자극이 일종의 ‘예열’ 효과를 내는 거다. 

만약 선행 자극에 의해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제품을 경험하면 두뇌는 그 긍정적인 기분이 제품 덕분인 것으로 해석한다. 촉각과 미각, 시각, 청각 등 여러 자극과 경험이 점화 자극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장에 좋은 향기를 뿌려놓거나 멋진 음악을 틀어놓으면 그것이 선행 자극이 돼 제품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온도도 점화 자극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따뜻함은 긍정적인 정서를, 차가움은 부정적 정서와 연결된다. 한 실험을 보자. A집단은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고, B집단은 차가운 커피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동일한 대상자를 면접하게 한다. 결과는 어떨까. 따뜻한 물체를 들고 있던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면접 대상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더 자상하고, 너그럽고, 유능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물건을 쥐고 있던 소비자는 차가운 물건을 쥐고 있던 소비자에 비해 같은 제품이라 해도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 한다는 연구가 있다. 따뜻하고 쾌적한 온도에서 쇼핑을 한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곳에서 쇼핑한 소비자보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게 평가하고 제품에 더 만족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서 따뜻함과 차가움은 항상 물리적 온도만 말하는 건 아니다. 체온과 상관없이 사람을 따뜻한 사람과 차가운 사람으로 나누듯, 우리는 심리적 상황을 온도와 연결 짓는 습관이 있다. 몇몇 실험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배제당한 경험이 있거나 외로운 사람들은 같은 온도라도 더 낮게 지각한다. 

세명을 한조로 묶고 진행한 실험이 있다. 여기서 두명의 참가자가 한명을 의도적으로 따돌렸다고 하자. 이때 따돌림을 당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그들이 머물렀던 실험실의 온도를 더 낮게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오는 적정 온도는 몇도일까. 이건 매장의 상황과 소비자 특성,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따뜻한 것이 시원한 것보다 좋은 것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차가운 자극이 더 긍정적인 정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신선식품 매장이 그렇다. 차가운 온도는 신선함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온도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적인 온도다.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온도는 에어컨이나 히터보다 ‘휴먼터치’와 관련이 깊다. 소비자를 따뜻하게 환영하고 세심하게 배려하라. 고객과 만나는 매순간 그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들어라. 소비자는 마음이 따뜻해지면 더 돈을 쓰고, 돈을 쓰고도 더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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