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스마트폰 반납 할 때 경미한 흠집 따져
하지만 경미함의 정확한 뜻 담겨 있지 않아
싸게 쓰려다 상당한 수리비용 지급할 수도

휴대전화도 빌려 쓰는 시대가 왔다. SK텔레콤이 스마트폰 렌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 렌털’, 어딘가 어색하다. 렌털 외 서비스가 없고, 반납 조건은 흐릿하다. ‘경미한 흠집은 반납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경미한’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는 언급이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스마트폰 렌털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스마트폰 렌털 서비스에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SK텔레콤이 선보인 스마트폰 렌털 서비스에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SK텔레콤이 최근 스마트폰을 빌려주는 ‘T렌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반 렌털처럼 월 이용료를 내고 스마트폰을 빌려 쓰다 약정 기간(24개월)이 끝나면 반납하는 방식이다.

장점은 스마트폰을 구매했을 때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가령, 갤럭시S9(95만7000원·이하 64GB 기준)은 월 이용료 3만4870원으로 렌털할 수 있다. 일반 구매로 24개월 분할해서 낼 때(4만2371원)보다 7500원 저렴하다. 언뜻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로 보인다.

하지만 SK텔레콤의 T렌탈은 일반적인 ‘렌털’ 서비스라고 보기엔 어딘지 어색하다. 무엇보다 렌털 서비스만의 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를 렌털할 경우, 이용자는 등록비·보험료·자동차세·탁송료 등 초기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렌털 정수기를 쓰면 필터 교체, 정기 점검 등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같은 렌털이어도 제품 특성에 따라 혜택이 조금씩 다르지 않느냐”고 반박했지만 이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T렌탈은 가격 외엔 내세울 만한 게 없다.

리스크도 있다. 스마트폰이 파손됐을 때다.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인 만큼 파손 위험성이 높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64%가 ‘1회 이상 수리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녹색소비자연대·2016년 10월 기준). 웬만한 파손은 고치지 않고 쓰면 되지만 렌털 이용자는 그렇지 않다. 파손된 스마트폰은 반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SK텔레콤의 반납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SK텔레콤 홈페이지의 ‘T렌탈 반납 조건’을 요약하면 ▲강화유리·후면 파손 없음 ▲도색 이탈·변색이 심하지 않음 ▲프레임 파손·휘어짐 등이 없음 ▲각종 기능이 정상 작동 ▲정품 아닌 부품이나 비공인 수리내역 없음 등이 있다. 경미한 흠집은 반납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지만 ‘경미한’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는 명확하게 언급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수리해 반납하기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에서 자주 파손되는 부품은 액정인데, 갤럭시S9의 경우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하면 부품비용만 17만2000원(6월 21일 기준)이 든다. 여기에 공임비가 별도로 청구된다. 액정에 실금 하나만 생겨도 렌털의 이점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란 얘기다.

수리비용 만만치 않아

SK텔레콤은 파손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 서비스 ‘T All케어’를 지원하고 있다. 월 3900~8900원을 내면 파손 시 최대 40만~120만원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인 수리부담금도 30%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렌털의 가격 혜택이 크게 줄어든다.

어쨌거나 렌털 서비스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갤럭시S9·아이폰8·아이폰Χ 구입자 중 25%가 T렌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고객들은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다뤘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2년 후 비싼 돈 들여 ‘내 것도 아닌 스마트폰’을 수리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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