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리스의 이피게니아

오페라의 탄생 과정을 보면 그리스로 돌아가게 된다. 초기 오페라가 모두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화를 바탕으로 삼은 ‘비극(tragedy)’이라 불리는 연극이 등장했는데, 전체가 노래였다. 이를 모방한 것이 오페라의 시작이다. 이후 오페라는 르네상스와 고전 낭만시대를 거치면서 신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이런 변화를 거부한 모습도 있었다. 오페라 개혁자로 알려진 작곡가 크리스토프 글루크가 대표적이다. 그는 1700년대 중반 유행만 좇던 오페라를 거부했다. 쓸데없는 대사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적 구성 등 상업적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작 신화를 거스르지 않고 교훈을 줄 수 있는 시와 음악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페라 ‘아우리스의 이피게니아’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사진=Sakis Birbilis]
오페라 ‘아우리스의 이피게니아’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사진=Sakis Birbilis]

원칙을 고수한 그의 작품은 고전 낭만시대의 오페라에 비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중이 낯설어 하는 그리스 신화를 가까이 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아우리스의 이피게니아’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 ‘아르미데’ 등이 있다.

♬ 줄거리 = 그리스의 항구 아우리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이 트로이를 향해 출전하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발이 묶인다. 예언가 칼칸테는 그리스의 왕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쳐야 바람이 불 것이라 얘기한다. 아가멤논이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아끼는 순록을 죽여 노여움을 샀다는 이유에서다. 예언을 거스를 수 없었던 아가멤논은 집에 머무르고 있는 딸에게 거짓편지를 쓴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와의 결혼을 위해 아우리스로 오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가멤논은 딸에게 거짓편지를 쓴 것을 후회하고 오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다시 보낸다.


하지만 두번째 편지는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손에 들어가고 그는 아가멤논을 반역자로 몰아세운다.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이피게니아와 그녀의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 동생 오레스테까지 결혼식을 위해서 아우리스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진실을 알게 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에게 욕설을 퍼붓고 절망에 빠진 이피게니아는 아가멤논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청한다. 딸을 불러들이기 위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아킬레스도 복수를 하겠다고 아가멤논을 협박한다.

하지만 이피게니아는 그리스의 운명이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깨닫고 희생하기로 결정한다. 그녀는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달래고 자신을 돕겠다고 자청한 아킬레스의 도움도 거절한다. 이후 이피게니아가 목숨을 바치려는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아르테미스가 보낸 노루 한마리가 나타난다. 그녀의 희생을 본 사람들은 이피게니아가 죽지 않고 신들과 함께 있다고 여긴다. 순풍이 불기 시작하자 희망과 기쁨 속에서 트로이를 향해 배를 띄운다.
김현정 체칠리아 성악가 (소프라노) sny409@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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