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上

아파트 장만은 서민의 꿈이다. 번듯한 브랜드 아파트라면 금상첨화다. 각종 편의시설, 녹지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 주거 만족도가 높아서다. 문제는 수억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무리하게 빚을 내 장만하는 건 위험하다. 부채 상환에 허덕이다 노후가 불안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김씨 부부의 고민을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13편 첫번째 이야기다.

과도한 부채는 노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과도한 부채는 노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번듯한 내집마련’은 서민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꿈이다. 2년마다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거나. 못 하나도 마음대로 박지 못하는 ‘집 없는 서러움’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 바람은 더 간절할 것이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김진태(가명·47)씨와 이하영(가명·39)씨 부부의 바람도 서울에서 내집마련하기다. 

올해로 결혼 14년 차인 부부의 신혼집은 허름한 빌라의 반지하 월세방이었다. 2년 만에 지하방을 벗어나 다가구주택의 전세로 이사했다. 그 이후에도 2~3년에 한번씩 전셋집을 찾아 이사를 다녔고 5년 전 지금 거주하는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의 ‘나홀로 아파트’로 집을 옮겼다.


그런데 부부는 최근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에 입주한 지인의 집을 방문한 후 고민에 빠졌다. 편의시설과 단지 내 공원 등이 잘 갖춰져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모르고 지나쳤던 비싼 관리비, 부실한 관리, 부족한 편의시설 등 나홀로 아파트의 단점도 그날 이후 부쩍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부부는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면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부부가 원하는 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은 7억~8억원에 달했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보증금에 모아둔 적금 등 자산을 모두 합해도 3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부부는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를 장만하는 게 맞는지 저축을 늘려 나중에 장만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다.

부부에겐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있다.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생각하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부족한 노후 준비도 걱정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파트 매입 시기를 늦췄다가 아파트가 비싸지면 빌려야 할 돈이 더 늘어날 게 뻔하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재무상담을 신청하게 됐다.

4월 11일 진행한 1차 상담에서는 부부의 소득·지출·자산현황 등의 재무환경을 파악했다. 상담을 통해 밝힌 부부의 월소득은 520만원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과 아내의 소득이 각각 290만원, 230만원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세금으로 월 18만원을 지출했다. 세식구의 통신비로 14만원을 사용했다. 교통비는 8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식비(85만원), 딸아이 교육비(31만원), 전세자금대출 원리금(35만원), 계모임 15만원 등을 지출한다.


부부의 가장 큰 지출 항목은 용돈이었다. 영업직으로 일하는 남편은 자동차 주유비를 포함해 월 50만원을 용돈으로 사용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도 월 30만원을 개인 용돈으로 지출한다. 더불어 시댁부모에게 30만원, 친정부모에게 70만원의 용돈을 드리고 있다. 부부는 친정어머님에게 더 많은 용돈을 드리고 있다. 맞벌이로 퇴근이 늦은 부부를 대신해 딸아이를 보살펴주고 부부의 살림도 도맡아서 챙겨주고 있어서다. 부부는 소비성 지출로 월 386만원을 지출했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10만원, 의류·미용비 23만원, 휴가비 20만원 등 월 53만원을 사용했다. 금융성 상품은 보장성 보험료 34만원, 적금(3년 만기) 20만원, 청약저축 20만원(각각 10만원)을 사용한다. 이렇게 부부는 월 513만원(소비성 지출 386만원+비정기 지출 53만원+금융성 상품 74만원)을 지출했다. 그 결과, 잉여자금은 월 7만원에 불과했다.

현재의 재무구조로는 7억원이 넘는 주택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3억원가량을 주택담보대출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매월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135만원(3억원×연이율 3.5%)에 달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집을 원하는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 140만원의 여유자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4월 23일 진행한 2차 상담에서는 내집마련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필자는 과도한 부채를 안고 집을 장만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채상환에 허덕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노후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건넸다. 과도한 부채가 부메랑이 될 게 뻔해서다.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부부는 “아이가 어리고 부부가 한살이라도 젊을 때 빚을 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을 때 돈을 빌려야 안정적으로 돈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거주하고 있는 강동구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실 부부는 결혼 후 시댁이 있는 인천으로 집을 알아봤다. 하지만 출산을 하면서 친정 근처로 이사를 했다. 연로하신 시부모가 아이를 돌봐주기 어려워 친정 부모에게 아이를 맡겨야 했다.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부부에게 지출을 줄여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140만원의 여유자금을 만들라는 숙제를 내줬다. 부부는 식비(30만원), 청약저축(20만원), 휴가비(20만원) 등을 줄였지만 목표 금액의 절반인 70만원밖에 줄이지 못했다. 가장 큰 지출인 부부의 용돈과 부모님의 용돈을 줄여야 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남편은 “자동차 유류비를 빼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20만원에 불과해 더 줄일 수 없다”며 “대출을 받는 건 반대하지 않지만 용돈을 줄일 수는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브랜드 아파트를 마련이라는 부부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부부의 재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지출구조로는 브랜드 아파트 장만은커녕 노후도 준비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면 부부의 지출은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 할까. 또한 부부가 고집하는 브랜드 아파트를 매입할 가능성이 있을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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