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ABCP 논란] 검증 제대로 안 하고 수수료만 챙겼나
[한화투자증권 ABCP 논란] 검증 제대로 안 하고 수수료만 챙겼나
  • 강서구 기자
  • 호수 295
  • 승인 2018.07.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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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 ABCP 발행 20여일 만에 디폴트 위기
한화투자증권 측 “중개만 한 우리는 법적 책임 없다”
투자전문가 “도덕적 책임 회피하기 어려워”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높은 수익률을 노린 몇몇 증권사가 베팅을 했고, 한화투자증권은 수수료를 챙겼다. 그런데, 발행 후 20여일 만에 이 ABCP는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ABCP를 사들인 증권사들은 “리스크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중개만 한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한화투자증권 ABCP를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주관한 중국에너지기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화투자증권이 주관한 중국에너지기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가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관련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지난해 10월 검토를 시작한 이후 6개월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낮은 수익성 등으로 리스크 심사를 통과 하지 못한 게 포기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포기한 자리를 꿰차고 들어간 건 한화투자증권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CERCG의 역외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발행일은 5월 8일,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646억원)에 달했다.

시장이 꿈틀거렸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3%대를 웃도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투자자를 움직였다. 나이스신용평가사가 이 ABCP에 A2라는 높은 등급을 부여한 것도 투자를 부채질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6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등도 ABCP를 인수했다.

하지만 ABCP 발행 20일 만에 일이 터졌다. CERCG의 또 다른 역외 자회사(CER CG오버시즈캐피털)가 발행한 채권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게 시발점이었다. 그러자 CERCG는 지급보증 의무이행 실패에 따른 교차부도(cross default) 상태에 처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랴부랴 A2로 평가한 ABCP의 등급을 ‘상환능력이 의문시’되는 C등급으로 낮췄다. 주관사 한화투자증권과 신평사 나이스신용평가가 ABCP를 부실하게 검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평사의 평가가 한달 사이 3단계나 떨어지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며 “주관사의 부실 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화투자증권은 ABCP를 발행하면서 실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기관투자자의 요청으로 상품을 구조화를 시킨 것뿐이다. 이 ABCP는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상품설명과 기관 실사 의무가 없었다.” 문제가 된 ABCP를 팔아서 수수료를 챙긴 건 맞지만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 참고: 한화투자증권 측은 “수수료를 얼마만큼 받았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기관 실사 없이 ABCP 발행

그렇다고 한화투자증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부실한 검증 시스템은 도마에 오를 공산이 크다. 사실 부실 검증은 한화투자증권의 숨은 아킬레스건이다. 2011년 주관(상장)을 맡았던 ‘고섬’이 상장 두달 만에 분식회계 문제로 거래정지됐던 건 대표적 사례다. 금융당국으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한화투자증권은 소송에서 승리하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주관사가 상장 기업의 회계 상황을 적정하게 검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화투자증권이 뭘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던졌다. 2016년에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로 16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운용 및 리스크 관리시스템에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지만 한달 만에 부도 이슈가 터진 건 한화투자증권이 CERCG의 ABCP를 취급하면서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면서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투자증권의 중국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번 논란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 “ELS 운용 실패는 당시 ELS 투자했던 모든 증권사가 손실을 봤다”며 “이번 사항을 중국 투자 실패로 연결하는 건 과도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ABCP도 11월 만기로 아직 디폴트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며 “지금은 증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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