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오너 일가 갑질 감추기 힘든 시대
스마트 기기, SNS 등으로 무장한 乙의 반란
한편에선 을과 소통하고 지배구조 개편
작은 변신도 외면하는 오너 일가 수두룩

오너 일가의 낯뜨거운 갑질이 금세 드러나는 탄로의 시대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오너 일가의 낯뜨거운 갑질이 금세 드러나는 탄로의 시대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두번째 ‘동영상’이 등장했다. 영상 속 이 전 이사장은 말끝마다 욕설을 붙인다. 잊을 만하면 재벌 일가의 민낯을 보는 대중은 분기를 감추지 못한다. 

최근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특별한 기내식이 논란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로 휘청이는 가운데 “박 회장이 탄 비행기에는 따뜻한 기내식이 준비돼 있었다”는 주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퍼지고 있어서다. 

재벌 갑질의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된다. 익명성을 무기로 한 SNS 덕이다. 언젠가부터 ‘오너 리스크’는 현실이 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던진 물 한컵이 오너 일가를 검찰청 앞에 집합시킨 건 대표적 사례다.  

그래, 탄로綻露의 시대다. 일부 오너 일가의 낯뜨거운 갑질은 으름장을 놓고 돈질을 해대도 감춰지지 않는다. 스마트 기기와 SNS로 무장한 세상의 을乙들은 힘 없는 존재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도 아니다. SNS 공간에서만은 을의 힘이 더 세다. 

예민한 재벌 오너는 변신을 꾀한다. 바뀌지 않으면 날카로운 부메랑이 자신의 폐부肺腑로 향할 게 분명해서다. 수평적 소통문화를 만들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식이다. 쇼잉이든 진심이든 중요하지 않다. 세상물정 모른 채 뻣뻣하기만 하던 그들이 ‘변신’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것만으로도 혁신이다. 

문제는 작은 변신조차 외면하는 오너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물컵 사건’ 이후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장치를 설치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집무실 앞 문門 형태의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 스마트 기기, 작은 녹음기 등을 통한 녹취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더스쿠프 통권 291호 [단독 BBQ 임직원 충성보고] “존경하는 회장님 …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기사 참조) 제너시스BBQ그룹 관계자는 “대기업 회장실에도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는 곳이 많다”며 당당하게 밝혔지만, 이 반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탄로의 시대, 세상에 필요한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수평적 리더십으로 무장하는 것인가, 금속탐지기로 민낯을 감추는 것일까. 답은 정해져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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