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창구 SNS, 갑질 막는 유일한 솔루션 아니야
법과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상책

기업 오너를 둘러싼 소문은 참 많다. 누구는 직원들을 향한 진상질로 악명이 높고, 또 누구는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퍼붓는다고 한다. 기업 위에 군림하려는 우리나라 기업 오너 일가의 그릇된 의식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간 우리는 이를 묵인하고 방치했지만, 최근엔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탄로가 나고 있다. 하지만 탄로가 이 안타까운 상황을 막는 유일한 솔루션은 아니다. 법과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재벌 오너 일가 중 일부는 범죄 행위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재벌 오너 일가 중 일부는 범죄 행위로 언론의 도마에 오른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국민의 대기업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엔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언행이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 만연한 일이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민주주의는 기업 담벼락 밖에나 있는 딴 세상 얘기었다. 국민들은 의문을 품었다. “경영능력은커녕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성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한국경제의 기둥이라는 대기업의 운전대를 잡아도 되는가”라는….

오너 일가의 상식 밖 언행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배임, 횡령, 탈세 등 범죄는 더 빈번하다. 회계조작, 법인 카드 사적 유용, 계열사 부당 지원, 이전 가격 조작 등 방법도 참 다양하다. 더 큰 문제는 오너의 폭주를 막기 위한 견제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 이사회와 감사를 뒀지만, 오너의 힘에 눌려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덕분에 국내 기업 오너들은 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언제든 당당히 경영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국내 금융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여기엔 금융회사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주기적으로 심사해 자격 미달 때는 시정명령이나 의결권 제한 등의 조처를 취하는 제도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있다. 금융이 고도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도입됐다.

이 논리를 조금만 넓혀보는 건 어떨까.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 기업 오너에게 법이 “기업을 운영할 충분한 자격이 되는가”를 묻는 거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산업 중에 공공성을 요구하지 않는 산업은 없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며 불만을 내비칠 게 뻔하다. 하지만 범위와 내용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면 큰 혼란이 벌어질 이유가 없다. 

독일 특유의 노동자 경영참여제도인 ‘노사공동 결정제도’ 역시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독일기업 노동자는 경영자에게 기업 경영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경영자는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노동자와 사전 협의한다. 인사 및 노무 관련 사안의 의사결정에도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

노조가 막강한 힘을 갖고 경영진의 발목을 잡을 게 우려됐지만, 오히려 독일에선 노사협력을 촉진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이미 유럽에서는 노동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게 대세다. 19개 국가가 독일식 제도를 도입했다. 민주주의를 뜨겁게 갈망하는 시민들의 열망은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있다. 그럼에도 봉건적 의식에 사로잡힌 기업 대문 앞에선 그 열망이 멈춰서기 일쑤였다. 이젠 달라질 때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 fecenr2015@daum.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