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의 경제학] PB 말고 답 없다, 장사는 알디처럼…
[PB의 경제학] PB 말고 답 없다, 장사는 알디처럼…
  • 김미란 기자
  • 호수 295
  • 승인 2018.07.0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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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新전략 PB

대형마트들은 수년째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부쩍 커진 온라인 시장 덕을 톡톡히 볼 것 같았던 이커머스 업체도 ‘마이너스 성적표’ 탓에 속앓이가 심하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경기침체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유통업체의 ‘초라한 시대상’을 반영한 게 PB(Private Brand)다. 숱한 유통채널은 참담한 실적을 반전시키기 위해 ‘나만의 브랜드’ PB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PB 역시 빛과 그림자가 뚜렷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PB를 분석했다. 

PB는 유통업체의 ‘초라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PB는 유통업체의 ‘초라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일계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 현재 전세계 18개국에서 9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월마트나 테스코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알디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PB(Private Brandㆍ이하 PB)에 집중한 결과다. 테스코의 PB 비중이 30% 수준인 것에 반해 알디는 진열 상품 중 94%가 PB다. 수년째 정체기에 빠져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PB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다.

편의점(10.9%), 백화점(1.4%), 기업형 슈퍼마켓(SSMㆍ0.4%)의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이다. 유일하게 대형마트만이 마이너스 성장(-0.1%)했다. 1인가구 증가로 점점 변하는 소비 트렌드, 최저가를 내세우는 온라인몰에 밀린 결과다. 그렇다고 출점을 늘릴 수도 없다. 숱한 유통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대형마트는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화끈한 ‘배송 전략’을 무기로 신선식품에 발을 담근 온라인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체험형 매장은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이 더 강하다. 대형마트들이 자체브랜드(Private Brandㆍ이하 PB) 육성 카드를 뽑아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원 단위까지 경쟁해야 하는 최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브랜드’ ‘우리만의 상품’으로 승부하겠다는 거다. 

오창호 한신대(경영학) 교수는 “대형마트들의 가격 싸움은 실패했다. 여기저기서 다 가격을 내리니 출혈밖에 더 발생했겠는가”라면서 말을 이었다. “대형마트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PB를 생산한 건 어쩌면 당연한 발걸음이었다. 그들은 물건을 팔다보니 시장 흐름과 소비자 니즈를 빨리 파악할 수 있었고, 거기에 맞춰 상품을 기획ㆍ생산하는 게 가능했다.” 

 

대형마트 3사가 본격적인 PB 경쟁에 돌입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대형마트 3사가 본격적인 PB 경쟁에 돌입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끝나지 않은 경기침체에 질린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것도 대형마트 PB의 시대를 재촉했다. 차지운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가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PB는 소비자들의 실속형 소비를 충족한다”면서 “유통업체 입장에선 PB가 신성장동력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숙기에 있는 유통업은 사실상 외형 성장이나 수익 개선이 쉽지 않다. PB는 그런 유통업에 단비 같은 존재다. 차별화 요소 중 하나이고, 중간 마진, 판촉비 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마진도 높게 가져갈 수 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PB 시장은 어떨까. PB에 가장 적극적인 건 아무래도 이마트다. 이 회사는 1996년 업계 최초로 PB제품인 ‘이플러스 우유’를 출시하며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현재는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대표 PB로 안착시켰다. 초저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노브랜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출시 첫해인 2015년 23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900억원으로 성장했다. 9개로 시작한 품목 수는 1000여종으로 늘어났다. 노브랜드는 최근 이마트나 계열사 편의점인 이마트24에 입점하는 형태 외에 아예 전문점 형태로 출점하기도 한다. 6월 현재 전국에 약 130개의 노브랜드 전문매장이 출점했다. 

PB, 마트 울타리 넘다

피코크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2013년 출시 첫해 매출은 234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2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태 자체가 워낙 침체돼 있다 보니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가 아닌 이상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방법이 PB 말고는 딱히 없다 보니 PB에 힘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 PB 상품인 온리프라이스(Only Price)를 론칭했다. 온리프라이스는 파트너사와 9개월간 예상 판매량을 산정해 기간 중 총 물량을 사전 계약하고, 물량은 100% 롯데마트가 책임지는 구조다. 종이컵ㆍ키친타월ㆍ화장지ㆍ크리스피롤 등 25개 품목으로 론칭했고, 지금은 150여종이 팔리고 있다. 

온리프라이스의 목표는 상품운영 기간 내내 최적의 균일가로 고객들의 연간 가계 지출 비용을 30%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어떤 계산일까. 롯데마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1등 NB 상품과 동일한 카테고리의 온리프라이스를 비교해보니, 품목별로 평균 단위당 가격이 51.3% 저렴했다. 재구매율을 높여 NB를 온리프라이스로 대체하면 연간 가계 지출 비용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온리프라이스는 차츰차츰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만 판매하던 것을 계열사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까지 확장했다. 노브랜드가 마트를 넘어 편의점으로 진출했던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상품과 가격이 좋다보니까 세븐일레븐 쪽에서 먼저 요청이 왔고, 온리프라이스를 공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PB 후발주자인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본질에만 집중한다는 뜻으로 PB ‘심플러스(simplus)’를 출시했다. “초저가 경쟁으로 상품의 본질이 흐려진 PB 시장에 제대로 된 PB로 경종을 울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래서 택한 게 ‘글로벌 소싱’이다. 과거 테스코와 협업했던 글로벌 소싱 노하우를 한껏 발휘하겠다는 거다. 이를테면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는 이탈리아의 파스타 제조업체에서 공수하고, 초콜릿은 벨기에, 아이스크림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젤라토 카페에서 들여오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심플러스 상품을 700여종까지 확대해 본격적으로 PB 경쟁력을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최근 전문점 형태로 출점하는 추세다.[사진=뉴시스]
이마트 노브랜드는 최근 전문점 형태로 출점하는 추세다.[사진=뉴시스]

오창호 교수는 “PB 경쟁이라도 해도 무조건 싸게만 만들면 소비자의 신뢰가 낮아진다”면서 “최저가 전략만 구사하기보다는 다양한 포지셔닝의 PB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일본을 사례로 들었다. 

PB도 다양한 포지셔닝 필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편의점들은 저렴한 PB를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가격이 저렴한 걸 너무 많이 만들다보니까 나중엔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게 됐다. 이때 등장하기 시작한 게 프리미엄 PB다. 꽤 훌륭한 제품인데, 가격은 NB보다 낮은 포지션이다. 지금은 오히려 프리미엄 PB가 일본 PB 시장에서 중심이 되고 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PB가 있어야 상호 보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는 가격이 아니라 차별성, 품질을 보고 PB를 산다.” PB 경쟁에 가세한 업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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