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새우등 신세, 우린 지금 뭘 하고 있나
[양재찬의 프리즘] 새우등 신세, 우린 지금 뭘 하고 있나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96
  • 승인 2018.07.09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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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고래싸움’ 현실화
G2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교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사진=뉴시스]
G2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교역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사진=뉴시스]

끝내 세계 경제 1ㆍ2위 국가,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했다. 미국은 6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중국산 수입품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160억 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2주 내로 예고된 상태다. 중국도 되받아쳤다. 미국산 수입제품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농산품과 자동차, 수산물이 주된 대상이다. 화학공업제품과 의료설비, 에너지 등 160억 달러어치, 114개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도 미국의 후속 움직임에 따라 매겨진다. 

무역전쟁에선 양국 모두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공산품은 추가 관세만큼 오를 것이다.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또한 콩기름과 육류 가격을 올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국 소비자 모두 부담이 커진다. 일자리와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이를 모를 리 없는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데는 이유와 배경이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약 5000억 달러,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1300억 달러. 무역전쟁이 극단으로 가면 상대국에 대한 수출이 많은 중국이 불리한 구조다. 

미중 무역전쟁은 겉으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촉발한 관세 갈등이지만, 본질은 세계경제 패권을 둘러싼 G2의 맞대결이다. 트럼프 정부로선 시진핑 체제 들어 두드러진 중국의 굴기堀起가 마뜩잖다. 국가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며 기술기업을 키우는 ‘중국 제조 2025’ 정책 폐기, 중국 내 금융시장 개방 등을 노린다. 고율관세 부과 대상으로 정보통신(IT)ㆍ항공우주ㆍ로봇공학ㆍ산업기계ㆍ신소재 등 산업 분야를 지목한 배경이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보복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집중된다. 대두와 밀, 옥수수, 돼지 등 미국 농축산업과 자동차에 대한 보복관세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6월말 은행ㆍ보험ㆍ증권, 자동차ㆍ철도ㆍ전력을 비롯한 15개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해제했고, 5년 동안 수입을 8조 달러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온 전략을 함께 구사한다.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교역질서에 금이 갔다. 미국의 총구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 등 세계 주요국을 향하자 다른 국가들도 수입관세를 인상할 태세다. 이미 EU가 미국의 철강ㆍ알루미늄 고율관세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수입상품을 자국 상품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다. 이래저래 글로벌 교역이 감소하면서 세계경기가 둔화할 전망이다.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한 이상 쉽사리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양국간 세계경제 패권 다툼일 뿐만 아니라 G2의 스트롱맨 간 자존심 대결이기 때문이다. 이 다툼은 11월 중간선거, 길어지면 내년까지 갈 수도 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경제가 호황이라서 상당 기간 버틸 수 있어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이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이 가운데 79%가 중국산 완성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다.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대중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기업들의 연쇄적 피해가 예상된다.  

달라질 글로벌 교역 환경에 민관이 힘을 합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막중한데 지금까지 대응은 답답할 정도로 굼뜨다. 통상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수출시장 다변화, 4차 산업혁명 기술역량 강화 등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대세 파악이 빠르고 이利에 밝아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저장浙江 상인들 200여명이 지난 6월 초 저장성 내 항저우杭州에서 총회를 열었다. 항저우 출신의 세계적 기업인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가 연설을 통해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될 30년간 세계경제의 판이 새로 짜일 것이다. 개혁ㆍ개방 때와 비슷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여기 있는 200개 기업 중 20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수입확대 정책과 중산층의 급성장으로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시장 개방에 따라 서방 기업들이 대거 중국에 들어와 생존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중국 내 기업들이 이렇게 대비하며 움직이는데 우린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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