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 낙하산 논란, 불공정계약 논란 숱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아시아나항공 문제 많아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동원
아시아나 희생, 그룹 위해서였나 박삼구 오너 위해서였나

‘기내식 대란’ ‘낙하산 논란’ ‘불공정계약’….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뒤덮는 단어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국민의 공분을 산 데 이어 직원들까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에선 아시아나항공에 진짜 위기가 닥쳤다며 호들갑을 떤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단면에 불과하다. 이 회사를 둘러싼 사방이 리스크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권세는 나는 새(아시아나항공)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시아나항공의 진짜 문제를 취재했다.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다.[사진=뉴시스]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다.[사진=뉴시스]

7월 1일, 인천에서 기이한 소식이 들려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가 기내식을 싣지 않은 채 비행을 떠났다는 거다. 화근은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 오던 업체와 계약을 끝낸 뒤 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의외로 확전 양상을 보였다. 연착과 ‘노밀(No meal) 비행’이 이어졌고, 협력업체(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한 기내식 공급업체의 협력사) 대표가 과도한 업무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발생했다. 미디어는 이 사건에 ‘대란大亂’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오너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며 고개까지 숙였다. 

하지만 대란은 재앙으로 이어졌다. 노밀 비행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마저 등을 돌렸다. 권력이든 금력이든 그 무언가로 꽁꽁 숨겨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익명 SNS가 도화선이 됐다. 이를 통해 하청업체 불공정 거래, 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박삼구 회장의 회사 수익 빼돌리기 등 여러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업계는 “기내식 공급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를 자초한 인물이 박 회장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그간 그룹 재건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여러 차례 활용했다. 이번 기내식 대란은 그 단편에 불과하다. 특히 박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영 결정이 많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박 회장의 탐욕에 아시아나항공이 동원된 역사와 결과를 짚어봤다.

■아시아나 강제동원記 = 아시아나항공의 악몽이 시작된 시점은 2006~2008년께다. 박삼구 회장이 세勢를 불리던 시기다. 박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했는데, 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됐다.

박삼구 회장 고개 숙였지만 …

아시아나항공은 2006년 12월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2500억원을 풀었다. 1년 후 2008년 2월엔 금호산업으로부터 대한통운 지분을 1469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대한통운이 진행한 유상증자(제3자 배정방식)에서도 1조3970억원을 쏟아부었다. 빚까지 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546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끌어왔다.

 

무리하게 몸집을 키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탈이 났다. 2010년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때 아시아나항공 역시 채권단의 자율협약 아래 놓이게 됐다. 2014년 12월 자율협약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이 여전히 박 회장의 영향 아래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대우건설 인수, 매각 문제를 둘러싸고 형제의 난을 벌이다 동반 퇴진했던 박삼구 회장은 1년여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이번엔 ‘그룹 재건’에 욕심을 부렸다. 정부도 채권단도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작업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유일한 걸림돌은 자금이었다. 박 회장은 돈이 필요했고, 아시아나항공을 돈줄로 삼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리저리 휘둘렸다. 2015년 9월 박 회장은 금호기업(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박 회장이 설립한 SPC)을 통해 그룹 재건의 신호탄이었던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 금호산업ㆍ아시아나IDTㆍ아시아나개발 등 7개 계열사로부터 총 966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2016년 4월엔 자산가치 8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자회사(지분 100%)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저렴한 가격(2700억원)으로 팔아넘겼다. 이익도 못 내고 빚만 잔뜩 진 SPC 금호기업으로 알짜 회사 금호터미널을 합병해 그룹 지주사 금호홀딩스가 탄생했다. 박 회장이 다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별다른 문제가 없던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LSG셰프코리아)를 교체한 것 역시 박 회장의 경영권과 관련이 깊다. LSG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갱신 조건으로 금호홀딩스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한 LSG는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LSG 대신 아시아나항공이 선택한 것은 중국 하이난항공과의 합작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였다. 하이난그룹은 금호홀딩스의 신주인수권 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주주 지분 42%를 되찾기 위해 자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을 때였다. 

누구를 위해 기내식업체 교체했나 

기내식 업체 교체에 박 회장의 입김이 닿았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결국 박 회장의 탐욕이 아시아나항공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거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태만 좋다면, 계열사 지원을 “그룹 정상화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라고 해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전제가 성립되긴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속은 곪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회장의 그룹 재건작업에 동원되면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은 박 회장의 그룹 재건작업에 동원되면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사진=뉴시스]

■ 날개 꺾인 2위 항공사 = 최근 몇년간 국내 항공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저유가 기조로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유류비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에 달하던 국제유가는 올해 6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도 가파르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해외 출국자 수는 2650만명, 한국인 2명 중 1명이 해외를 다녀온 셈이다. 여기에 반도체, 휴대전화 등 IT 산업 호황에 따라 항공화물수요가 늘어난 점도 주효했다. 

모든 항공사가 호황을 누렸던 건 아니다. 실적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기업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다. 표면적인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매출 5조7888억원, 영업이익은 25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1%, 6.7%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1분기엔 매출 1조4752억원, 영업이익 532억원을 내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하고 2014년(-952억원)ㆍ2015년(-1519억원) 연속 적자만 내던 것에 비하면 사정은 크게 나아졌다.

부채비율 심각한 수준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영향력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18.8%, 2016년엔 17.6%로 곤두박질쳤다가 지난해 18.5%로 소폭 회복했다. 국제선 점유율은 더 심각하다. 2015년 21%를 차지하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7.3%로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추격이 거세다. 노선 확대와 탑승객 증가가 맞물린 LCC업계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LCC 국내선 점유율은 56.8%로 절반을 넘어섰다. 국제선 점유율 역시 26.4%를 차지하며 대형항공사(FSC) 위주로 돌아가던 시장을 재편 중이다. 지난해 제주항공 등 6개 LCC 전체 영업이익(2783억원) 규모는 아시아나항공 실적을 뛰어넘었다. 

LCC시장이 확대될수록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은 약해진다. LCC의 주력 노선이 단거리인데, 아시아나 역시 단거리 비중이 높아서다.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의 여객매출 비중은 65.1%로 절반이 넘는다. LCC의 영업무기가 ‘가격경쟁력’이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전망은 더 우울하다. 영업실적을 내기 위해 섣불리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취하기 어려워서다. 

중ㆍ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비행기 도입 등 시설 투자를 위한 자금 여력이 없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723.4%를 기록했다. 이 수치 역시 부단한 노력 끝에 나온 결과다. CJ대한통운 주식을 팔고, 사옥을 시장에 내놨다.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K-IFRS)이 변경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간 매출원가로 비용 처리했던 항공기 운용리스료가 모두 차입금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800%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도 어렵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 조정했다. 한단계 더 내려가면 투자부적격(투기등급) 상태로 떨어진다.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최근엔 항공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찍어냈다. 6%에 육박하는 금리 덕에 자금을 모으는 덴 성공했지만, 갚는 게 문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는다.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을 늘려도 전망이 밝지 않다. 이들 지역은 이미 대한항공의 입지가 공고하다. 특히 대한항공은 5월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협력으로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기존 ‘항공 동맹 체제’ 아래 진행됐던 ‘코드셰어’는 단순히 좌석만 공유해 항공사 간 협력에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조인트벤처는 다르다.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노선 스케줄 조정과 기재 투입 전략을 공유하는 형태다. 대한항공은 조인트벤처로 미주 공동운항편을 192개 도시, 370개 노선으로 대폭 늘렸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조인트벤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제로다. 

LCC에도 밀리는 아시아나항공

기업이 이런 상황이라면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은 똘똘 뭉쳐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반대다. 그룹 재건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고 그사이 기업경쟁력이 쇠락했다. 경영진과 직원 간 신뢰도 무너졌다. 한때 대한항공의 실적을 넘보던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LCC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에서 밀리는 굴욕을 당하고 있다. 현재도 제주항공의 시총은 아시아나항공보다 2300억원 이상 많다. 이런 논란에도 박 회장은 계속 그룹의 운전대를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오너 리스크다. 
김다린ㆍ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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