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향한 시장의 첫 시그널, 마이너스 13.53%
실적개선, 지분상속, 계열분리 등 과제 산적
승계 과정에 소통이나 검증 없다는 비판도

LG그룹의 4세 경영이 시작됐다. 장자계승이라는 전통을 지켰다지만, 전통을 지킨다고 정통성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자산 123조원, 매출 160조원의 거대그룹을 책임질 사람의 능력이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 우려다. 이런 우려는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새 선장이 선임됐음에도 ㈜LG 주가가 떨어진 이유를 취재했다. 

LG그룹 경영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악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LG그룹 경영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악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LG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주가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올해 초 9만원대였던 주가는 7월 들어 6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한 요인은 다양하다. 먼저 주력 계열사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좋지 않았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수익성이 1분기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달러화보다 떨어지면서 원가부담은 커지고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증권사들이 LG전자 주력 가전제품인 TV사업부 영업이익률을 하향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MC사업부(스마트폰)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탓도 크다. 지난 5월 출시된 ‘G7씽큐’는 이번에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참고 : 6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LG전자는 시장 전망과는 달리 선방했다. TV가 효자노릇을 했던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LCD 패널 출하량은 줄었고, 패널 가격은 떨어졌다. 여기에 중소형 OLED 개발비용은 늘고, 수율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런 요인들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애널리스트가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당초보다 하향 조정했다.

물론 주력 계열사 실적 전망이 모두 나쁜 건 아니다. LG유플러스와 LG생활건강 등은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도 전지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결국 LG그룹의 미래사업이 집중된 계열사 중 핵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사업 부진이 ㈜LG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LG 주가가 떨어진 또 다른 이유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사 규제가 거론된다. 지난 3일 공정위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차원에서 독려했던 지주사 체제가 당초 목적과 달리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지주회사제도의 전반을 손볼 계획임을 시사했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환집단 지주회사(지주사와 소속사 자산이 기업집단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인 지주사)’ 18곳의 평균 매출 대비 배당수익 비중은 40.8%(2017년말 기준)에 그쳤다. 대신 브랜드수수료나 부동산임대료 등 배당 외 수익은 평균 43.4%였다.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는 거다. ㈜LG 역시 전체 매출의 55.28%가 배당 외 수익이어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위 자료가 불과 며칠 전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LG의 주가가 확 떨어진 요인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일부에선 오너 교체 이슈가 ㈜LG 주가를 떨어뜨린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실제로 5월 19일 7만9800원으로 마감한 ㈜LG의 주가는 5월 20일(구본무 회장 사망일) 이후부터 7월 6일(6만9000원)까지 1만800원(-13.53%) 떨어졌다. 오너의 사망, 젊지만 검증되지 않은 신임 회장 선임, 구 회장의 불안정적인 지분 등이 시장에 불안감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구 회장은 지분 정리 작업을 서둘러 마쳐야 하는데, 여의치만은 않다. 현재 6.12%를 보유한 구 회장이 1대 주주가 되려면 구본무 회장의 주식 1.6% 이상을 상속받아야 한다. 적은 비율 같지만 1.6%라고 해도 주식 가치는 2000억원에 이른다.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이면 50% 과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구 회장으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구 회장에겐 불편한 변수다. 구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떼내느냐에 따라 LG그룹의 정체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구본무 회장 사망 이후 증시 안팎에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매입은 금물” “계열분리라는 큰 이슈가 있다”는 풍문이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악재도 명확히 드러나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소문만 무성하면 시장에 불안감을 키워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구 회장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벌써 울리고 있다. 지난 3일 경제개혁연대는 “LG그룹 4세 경영권 승계가 주주나 시장과의 아무런 소통 없이 내부적으로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지배권 승계작업이나 경영능력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사실상 총수의 지위를 부여한 건 그 근거도 희박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LG그룹 4세 경영인으로 시장과 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관행과 결별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달라”면서 “향후 LG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LG를 인위적으로 분할하거나 계열회사 지분을 매각ㆍ정리하는 과정에서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 사후死後, 공교롭게도 LG그룹 지주사 ㈜LG의 주가가 빠졌다. LG 계열사의 실적 부진, 대외환경 등 숱한 변수가 작용한 결과겠지만 구광모 회장을 향한 우려가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13.53%. 구 회장을 향한 시장의 첫번째 시그널이 의미하는 건 뭘까. 구 회장은 시장에 섰고, 시장은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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