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격에 때문에 빚지지 않고 아파트를 장만하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억원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 최대 30년 간 적게는 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브랜드 아파트 장만을 고민하고 있는 김씨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13편 두번째 이야기다

빚을 낼 때는 상환 여력과 기간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의 ‘나홀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진태(가명·47)씨와 이하영(가명·39)씨 부부는 브랜드 아파트 장만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부부는 월 소득 520만원 중 513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수억원의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으면 가계 재정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초등학생인 자녀의 교육비 증가, 부부의 노후준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 “부채상환에 허덕이다 노후준비가 부실해 질 수 있다”는 필자의 우려에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는 지금이 브랜드 아파트 마련의 적기라고 말했다. 부부가 원하는 브랜드 아파트의 시세는 7억5000만원이다.

부부가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은행예금 1300만원, 전세 보증금 2억8000만원(보증금 3억2000만원-전세자금 대출 잔액 4000만원) 등 2억9300만원에 불과하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최대한 받아 1억원의 자금을 더한다고 해도 3억5700만원(7억5000만원-3억9300만원)을 대출로 마련해야 한다. 이 돈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인 3.5%(원리금균등상환·30년 만기)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160만원의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부부는 아파트 매입을 결정하기 전 지출구조를 개선해 160만원을 줄일 수 있을까.

소비성 지출부터 하나씩 줄여보자. 우선 통신비는 4만원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휴대전화가 없다. 두사람의 통신비로 월 14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6개월의 통화·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해 아내는 4만원대 요금제로, 남편은 5만원대 요금제로 변경해 4만원을 줄였다.

다음은 식비 85만원이다. 세식구의 한달 식비라고 생각하면 많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잦은 야근으로 주중에 집에서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달라진다. 게다가 집안일을 돌봐주시는 친정어머니가 거의 모든 반찬을 마련해 주신다. 친정어머니에게 70만원의 용돈을 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 부부는 식비의 대부분을 주말 외식에 사용했다. 집 근처 뷔페 레스토랑을 자주 이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부는 “주말 한끼 정도는 푸짐하게 먹고 싶은 생각에 뷔페 레스토랑을 이용한다”며 “잘 돌봐주지 못하는 딸아이와 친정어머니가 좋아해 자주 간다”고 말했다. 과도한 외식비는 40만원으로 줄였다. 외식을 최소화하고 단품을 파는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외식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보험료 34만원도 줄여야 한다. 우선 부부가 납입하고 있는 보험을 살펴보자. 부부는 가족의 건강보험으로 남편의 건강보험 13만원, 아내 12만원, 딸아이 6만원을 납입하고 있다. 여기에 남편의 운전자보험 3만원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가족의 보험은 양호하다. 불필요한 특약이나 갱신특약이 없고 중복가입도 잘 피했다. 보험에 가입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혈관성 질환 보장까지 잘 설계돼 있었다.

문제는 적립보험료로 인해 초과 보험료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잘 설계돼 있는 보험은 유지하되 적립보험료 부분을 제외해 보험료를 줄이기로 했다. 운전자보험은 저렴한 다이렉트보험으로 변경했다. 실제로 최근 판매하고 있는 1만원대 운전자보험도 보장이 우수하다. 적립보험료를 정리해 남편의 보험료는 10만원, 아내의 8만5000원으로 딸아이의 건강보험은 3만5000원으로 낮췄다. 여기에 1만원의 운전자보험을 합쳐 가족의 보험료를 34만원에서 23만원으로 11만원 절약했다. 다행히 부부는 해지시점에서 적립보험료를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해 310만원을 환급 받았다.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하고 있는 용돈도 점검하기로 했다. 남편은 2차 상담에서 용돈에 자동차 주유비가 포함돼 있어 줄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실은 달랐다. 개별 면담결과, 남편의 회사에서 30만원의 주유비를 별도로 지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남편의 용돈은 월 30만원으로 20만원 줄였다. 아내의 용돈도 10만원 줄였다.

아내는 용돈의 대부분을 커피와 케이크 등 군것질을 하는데 사용했다.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반복적인 지출 습관은 좋지 않다. 재테크에서 커피값을 모으는 ‘카페라떼 효과’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부부는 용돈 30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월 소득으로 잡히지 않은 부부의 성과급 960만원(지난해 기준)의 활용방안도 마련했다. 부부의 전세자금 대출을 빨리 상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성과급이다. 매년 받는 성과급과 적금으로 모은 돈을 중도상환에 사용했다. 앞으로는 성과급을 비정기 지출에 활용하고 남은 자금을 모아 대출 중도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월 지출에서 비정기 지출 53만원이 제외돼 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선은 보험료 환급금 310만원을 비정기 지출에 사용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20만원(부부 각 10만원)도 최소금액인 2만원(부부 각 2만원)으로 감액했다. 부부는 청약저축에 가입한 지 5년이 지났다. 1순위를 받기 위한 조건은 모두 충족했다. 또한 서울시 기준 102㎡(약 30.8평) 청약 기준인 예치금 600만원도 마련한 상태다. 부부가 따로 월 10만원씩 납입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부부는 월 513만원의 지출을 월 354만원(소비성지출 307만원+금융성 상품 47만원)으로 159만원 줄였다. 그 결과, 잉여자금은 월 7만원에서 166만원으로 증가했다. 부부가 원하던 브랜드 아파트 장만에 필요한 원리금 상환금액 160만원 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부부는 아파트 장만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부채상환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삶이 불행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지출 구조를 30년 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지출을 더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납입하고 있는 적금 20만원을 제외하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부부는 자산을 더 모은 후 주택청약을 활용해 원하는 브랜드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아파트 장만은 포기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출 다이어트로 166만원에 달하는 잉여자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부와 딸아이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크게 증가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잉여자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부부에게 필요한 재무솔루션이 무엇인지는 다음편에서 살펴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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