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엔 정작 ‘노동자’가 없었다
노동부엔 정작 ‘노동자’가 없었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296
  • 승인 2018.07.11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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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근로감독에 숨은 비밀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 불법파견 묵인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 누구의 편이었나

최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이 삼성 측과 유착해 불공정한 근로감독을 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친노동’은 고사하고 공정성마저 잃었다는 거다. 고용노동부로선 공무公務를 보지 않고 기업의 사무私務를 봤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용노동부 역할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친화는 고사하고 공정성마저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친화는 고사하고 공정성마저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의 근로감독은 엉망이었다. 지난 6월 30일 노동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3년에 실시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감독의 적정성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근로감독 과정에 노동부 고위공무원과 삼성전자 측의 부적절한 유착 정황이 있었다.”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가 불법파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애당초 현장 근로감독관과 본부 실무자들은 이 사안을 불법파견으로 결론지으려 했다. 그러자 노동부 고위공무원들이 감독기간을 연장했고, 근로감독의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거였다. 

근로감독관들에게 ‘회사 측 입장을 잘 들어주라’는 취지의 서신도 보냈다. 노동부 고위공무원들은 삼성전자 측과 근로감독 결과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대안까지 함께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9월 16일 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에 불법파견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개혁위는 “노동부가 사실관계에 따라 엄정한 감독을 실시해야 함에도 고위공무원들이 나서 감독대상인 사측과 은밀하게 거래를 시도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이 사측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노동부에 검찰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물론 이번 사안만으로 노동부 전체를 적폐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건 합당하지 않다. 문제는 노동부가 친기업적 태도를 보인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례는 수두룩하다. 2010년 7월 대법원이 “현대차에서 2년 이상 원청업체 노동자들과 같은 일을 한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을 때, 노동부는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대기업에서 자행되는 불법파견을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12년엔 불법파견을 아예 합법화하는 사내하도급법도 추진했다. 당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운동 탄압을 위해 ‘어용 노총’ 설립에 관여한 혐의로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와 기업의 유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노동 관련 부처들은 기업의 이익보단 노동과 복지에 초점을 맞춘다. 일례로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노동부는 임금체불을 겪는 노동자에게 미리 임금을 지급하고, 기업을 상대로 노동부 장관이 임금체불소송을 대리했다. OECD 가입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은 별도의 노동검찰도 두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보장해주는 게 공익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관련 제도가 만들어졌고, 이 제도가 제대로 실행되도록 감독할 책임이 있는 곳이 노동부”라면서 “그렇다면 ‘친노동’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친기업’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왜 우리나라 노동부의 정체성은 이리도 흔들리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노동 전문가가 노동부의 장이 된 적이 거의 없어서다. 노동청이 1981년 노동부로 명패를 바꿔 단 이후 임명된 29명의 장관들 중 노동자 출신은 6명에 불과하다. 경제관료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노동부에 ‘친기업적 성향’이 덧씌워진 건 이런 출신성분과 무관치 않다.

 

특히 노동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면서 그런 인식이 더 강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노동부가 제 역할을 올바로 찾고, 정부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역대 정부의 철학에 따라 정부기관의 태도가 달라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그렇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부가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법과 원칙대로만 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면 굳이 ‘친노동’ 성향을 띠지 않더라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지만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노동부의 역할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면서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 집권 기간에 노동부의 시스템이 제 역할에 맞게 굴러갈 수 있도록 제대로 잡아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시스템 다시 검토해야

노동부의 역할에 대해선 고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3년 전 모 언론사 칼럼을 통해 명확히 밝혀둔 바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부처가 사실상 기업 편이다. 때문에 ‘기업부’를 새삼스레 만들 필요가 없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국무총리, 재경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등과 싸워야 한다.” 노동부 고위 관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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