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뉴요커와 조각피자, 그리고 이탈리아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뉴요커와 조각피자, 그리고 이탈리아
  •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 호수 296
  • 승인 2018.07.1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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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올화 시대

조각피자의 원조는 이탈리아가 아니다. 미국에 정착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전통의 피자에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햄, 버섯, 소시지를 얹어 ‘조각’ 낸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 조각피자는 이탈리아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글로벌 문화와 로컬의 특징이 결합된 ‘크레올화(creolization)’. 피자로 대표되는 크레올화가 요즘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선 제품과 서비스에 어떤 가치를 담을까 더욱 고민해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시대에선 제품과 서비스에 어떤 가치를 담을까 더욱 고민해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의 이동과 정보 교류가 가속화하면서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다. 어느 사회나 자유와 평화, 인권이라는 보편가치를 추구하게 됐다. 그렇다면 글로벌화(globalization)로 인해 각 로컬(local)의 특별한 문화와 가치, 삶의 양식도 사라졌을까. 다른 면에선 오히려 각 로컬의 전통과 특징을 되살리기도 한다. 어느 지역의 특수한 문화나 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움’ 또는 ‘차별성’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사실 글로벌화는 글로벌 문화와 로컬의 특징을 결합시켜 제3의 새로운 요소를 창출해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흔히 ‘크레올화(creolization)’라고 부른다. 피식민지 사회가 식민지 본국과 장기간에 걸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두 언어 혹은 그 이상의 언어가 합쳐져 새로운 언어를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말이다. 요즘엔 새로운 언어 형성뿐만 아니라 두개 이상의 집단이 오랫동안 접촉할 때 다양하게 일어나는 일반적 변화를 일컫기도 한다.

소비시장에서의 크레올화는 외국의 문화에 맞춰주는 현지화 이상의 의미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거나 역으로 본국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피자를 예로 들어보자. 피자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미국에 가져와 보급시킨 음식이다. 이민자들은 피자 반죽을 더 두껍게 하고 페퍼로니와 야채 토핑 외에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햄이나 버섯, 소시지를 얹었다. 바쁜 뉴요커들에 맞춰 한조각씩 잘라 슬라이스 피자로 팔기 시작했는데 이젠 이탈리아에서도 조각피자를 먹을 수 있다.

크레올화는 문화 간 교역이 시작된 이후 늘 있어왔던 현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크레올화는 그전과 비교가 안 되게 속도가 빠르다. 그 변화는 주로 음식이나 음악, 종교, 패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번엔 맥도날드 예다. 맥도날드는 모든 문화권에서 청결한 매장과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매장 인테리어에 붉은색을 쓰고, 인도에선 소고기 패티 대신 콩고기로 만든 패티를 쓰거나 야채 버거를 판다. 

우리는 어떤가. 원래의 식문화는 주식과 부식을 한꺼번에 차려놓고 다 같이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값비싼 한정식은 음식을 개인별로 차례차례 서빙하는 서양식 코스요리로 탈바꿈했다. 할리우드는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만들고 불교적인 참선이나 다도를 그들의 방식으로 해석해 사방에 명상센터를 세우고 있다.

산업화된 대부분의 국가에선 케이블TV 채널수가 100개를 넘는다. 대학생들은 대학 교재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산다. 클릭 몇번으로 브랜드가 드러나고 사라지는 시대에서 크레올화는 우리에게 큰 기회다. 글로벌 시장을 위해 크레올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할 때 중요한 것은 이들 오브제에 어떤 가치를 담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소비하는 것은 그 대상에 결합된 가치와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김치와 막걸리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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