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이럴 바엔 車 사지 마시라 
[김필수의 Clean Car Talk] 이럴 바엔 車 사지 마시라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호수 296
  • 승인 2018.07.1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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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레몬법의 허점

신차가 고장이 나도 우리나라에선 환불과 교환이 어렵다. 제조사에 고장난 차를 내밀어도 “제작결함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시하기 일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레몬법’이 내년에 시행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과 제도가 여전히 제조사의 편을 들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새차가 반복해서 고장이 나도 환불을 받기가 어렵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서는 새차가 반복해서 고장이 나도 환불을 받기가 어렵다.[사진=뉴시스]

이제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최근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3만개가 넘는다. 다양한 IT 기술이 융합된 첨단과학의 집합체에 가깝다. 그간 환경ㆍ안전ㆍ편리성 등 소비자들의 수많은 요구사항을 완성차 업체들이 발빠르게 수용한 덕분이다. 각종 편리한 IT 기술이 차에 접목되고 있는데도 한편으론 걱정이 든다. 복잡한 구조의 전자제품일수록 고장이 잦기 마련인데, 차라고 예외일 순 없어서다. 무인차 시대가 왔을 때, 해킹과 오작동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으론 기술 오류에 대처하는 완성차 업체의 태도가 중요 마케팅 포인트가 될 공산이 큰 이유다. 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이다. 구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신차를 구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난감하다. 소비자가 금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완성차 업체가 적극 문제 해결에 나서는 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태도를 보면 고개가 갸웃한다. “제품 결함에 대한 제조사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소비자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이뤄낸 압축성장의 그늘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불과 60년밖에 되지 않는데, 글로벌 생산량 6위의 자동차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품질과 기술에 있어선 부족함이 없지만, 서비스 수준은 후진국과 비슷할 정도로 왜곡됐다.

인터넷에서 옷을 사고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교환해주는 시대지만, 차는 다르다.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한 제품으로 통한다. 신차에 문제가 발생해 제조사와 고통스럽게 싸우는 소비자가 많다. 아예 포기하고 순응하는 소비자는 더 많다. 오죽하면 ‘신차 구입은 복불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한국형 레몬법)’이 통과됐다. 미국의 자동차 교환 환불 프로그램인 ‘레몬법’을 벤치마킹한 법이다.

한국형 레몬법 실효성 논란
 
하지만 내년에 시행될 이 법에 소비자들이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1년, 2만㎞ 주행거리 미만인 경우 중대 결함 2회, 일반 하자 3회, 총 수리 기간 30일을 초과하면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2년(4만㎞ 미만) 안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견돼 수리를 받아야 교환ㆍ환불이 가능한 현행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보다 후퇴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법을 보완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먼저 징벌적 보상제가 시급하다. 미국은 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를 위한 보상금뿐만 아니라 제조사에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게끔 한다. 벌금 규모가 커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다. 제조사는 자연스럽게 품질과 서비스에 성의를 다할 수밖에 없다.

두번째로 시급한 건 소비자 중심으로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다. 급발진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선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한다. 이는 종합병원에서 수술 중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의 원인을 피해자 가족에게 밝히라는 황당한 논리와 다르지 않다. 복잡한 자동차 내부를 일반 소비자는 모르는 게 당연해서다. 미국은 다르다. 제조사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걸 소비자에게 계속 증명해야 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보니 국내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까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정부나 국회는 개정 의지가 많지 않다. 산업만 발전하면 되고 소비자는 버리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필자는 차라리 차를 사지 말고 대중교통만 타고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 차 소비자가 언제까지 봉으로 살아야만 하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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