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스페셜의 애매한 경계선

“대형마트는 동선이 복잡하고, 창고형 할인점은 양이 너무 많다.” 홈플러스가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보완해 하이브리드 매장 ‘홈플러스 스페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존 대비 넓어진 매대 간격에 쇼핑카트 끌기가 편해지고, 소용량ㆍ대용량을 한꺼번에 진열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키웠다. 하지만 홈플러스 스페셜은 전혀 스페셜하지 않다는 냉담한 반응도 나온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홈플러스 스페셜을 가봤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의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이 12일 문을 열었다.[사진=뉴시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의 서울 1호점인 목동점이 12일 문을 열었다.[사진=뉴시스]

1996년 한국에 진출한 까르푸가 처음 문을 연 곳. 2006년 이랜드에 인수돼 홈에버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8년 다시 홈플러스 간판을 달았고, 2015년 지금의 모습을 갖춘 홈플러스 목동점. 그곳이 또 한번 변신에 나섰다. 이번엔 대형마트를 더한 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지난 3월 유통업계 첫 여성 CEO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선순환 유통모델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한 신개념 스토어다. ‘슈퍼마켓에서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번에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점포’ ‘소용량을 선호하는 1인 가구부터 박스 단위 대용량을 구매하는 자영업자들까지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이라는 게 홈플러스가 꼽는 장점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말까지 홈플러스 매장 20개를 홈플러스 스페셜로 전환 오픈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홈플러스 스페셜의 출발은 대구였다. 홈플러스는 6월 27일 대구 칠성동에 위치한 대구점을 리모델링해 홈플러스 스페셜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28일에는 2호점인 서부산점을 오픈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홈플러스 스페셜 3호점이자 서울 1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이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웅 홈플러스 상품부문장은 “먼저 문을 연 대구점과 서부산점은 오픈일부터 지난 8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3.2% 신장했다”면서 “오픈효과도 있겠지만 객단가가 약 45% 신장했다는 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방증”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홈플러스 스페셜은 기존의 홈플러스 매장과 어떻게 다를까. 김 상품부문장은 “5개월 전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군과 창고형 할인점을 이용하는 고객군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면서 “그때 나온 불만 사항을 보충해서 만든 게 홈플러스 스페셜”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에게 물으니 대형마트는 상품 수는 많으나 가성비 있는 상품이 없고 동선이 복잡해 불편하다고 하더라. 창고형 할인점은 양이 많다보니 채소 등 간단한 찬거리는 집 근처에 가서 또 한번 장을 보게 된다는 불만들이 쏟아졌다.”

홈플러스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수용해 크게 두가지 변화를 꾀했다. 첫째는 환경적인 변화, 둘째는 상품의 변화다. 먼저 홈플러스는 고객들이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진열에 변화를 줬다. 매대와 매대 간격은 창고형 할인점만큼 넓혔다. 기존의 홈플러스보다 간격을 최대 22%까지 늘려 쇼핑카트 3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부딪치지 않을 정도다. 

매대 높이는 대형마트 수준으로 유지했다. 주 고객인 주부들이 꼭대기 상품을 불편함 없이 집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수산ㆍ축산물은 미리 손질을 해놓는 ‘프리팩 매대’를, 의류는 사이즈별로 진열하는 RRP(Ready to Retail Package)를 택했다. 카트도 180L와 330L 두 종류를 준비, 고객들이 골라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창고형 할인점과 경쟁 승산 있나

상품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확대했다.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용량부터 업소용인 대용량 박스까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다. 매대 상단에는 기존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용량 상품을, 하단에는 창고형 할인점에서 보던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을 진열했다. 매장마다 다르지만 목동점은 대용량 상품과 소용량 상품 비율이 대략 6대 4로, 창고형 할인점으로 살짝 기운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이런 시도들이 경쟁력을 발휘하느냐다. 목동점은 인근에는 코스트코 양평점(직선거리 1.6㎞)과 롯데마트의 빅마켓 영등포점(2.7㎞)이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인근의 창고형 할인점과 경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지만 인근의 창고형 할인점을 이용하던 고객들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날 매장을 방문한 한영옥(가명)씨의 쇼핑카트에는 기존 대형마트에서 파는 소용량 상품들만 담겨 있었다. 한씨는 “대용량 상품이 필요하지 않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을 결합해 양쪽 고객 모두를 잡겠다는 시도지만 자칫 둘 다 잃을 수도 있다는 거다.

매대 간 넓어진 간격도 익숙하다. 이미 홈플러스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대비 매장 규모가 크고, 매대 간 간격도 상대적으로 넓다. 홈플러스는 매대 간 간격 확보를 위해 상품 종류를 2만2000여 종에서 1만7000여종으로 줄였다고 했지만 고객들이 그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가격 혼란 불러올 수 있어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매장구성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가격 면에선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무슨 의미일까. 예를 들어보자.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에선 신라면 5개 번들을 3380원에 판다. 그 하단엔 1만7580원에 파는 대용량(30개입) 라면 상자가 진열돼 있다. 단위 가격으로 따져보면, 같은 신라면이지만 상단은 개당 676원, 하단은 586원이다. 이렇게 되면 소용량을 구매하는 고객은 가격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의 시도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이 좋지 않고,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할 땐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여러가지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며 “홈플러스 스페셜도 그런 개념으로 보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고형 매장을 새로 지어서 오픈하려면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유통규제까지 맞물려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부진에 빠진 가운데 홈플러스가 생존 전략으로 시도한 하이브리드 점포. 그 시도를 고객들이 ‘스페셜’하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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