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下

재무목표를 세우고 실행할 때는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찾는 게 필요하다. 현재의 삶에 치중하면 미래가 불안해지고 미래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삶의 질이 나빠진다. 균형을 위해선 재무목표를 과감하게 변경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브랜드 아파트 대신 미래와 현재의 균형 찾기에 나선 김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3편 마지막 이야기다.

재무설계의 목적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의 목적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랜드 아파트 장만을 꿈꾸던 김진태(가명·47)씨와 이하영(가명·39)씨 부부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부부가 원하는 브랜드 아파트의 시세는 7억5000만원. 부족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3억5000만원의 대출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할 원리금 상환액은 월 160만원에 달했다.

다행히 부부는 월 7만원에 불과했던 잉여자금을 166만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통신비는 물론 식비·용돈·보험료·저축 등을 줄이는 고강도 지출 다이어트에 나선 결과였다. 아파트를 마련할 만한 여건은 만들었지만 부부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꿈꾸던 브랜드 아파트를 위해 부채상환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부는 “지금의 지출 구조를 수십년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딸아이가 클수록 증가할 게 분명한 교육비 지출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필자도 무리하게 아파트를 마련하는 건 가계 재무상황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부는 2주간의 고민 끝에 진행한 3차 상담(5월 9일)에서 브랜드 아파트 구입 시기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대신 지금 살고 있는 전세 계약이 끝나면 전세를 알아보기로 했다. 부부의 꿈이 무산된 건 안타깝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준비하지 못했던 부부의 노후와 딸아이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다.

실제로 부부는 노후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았다. 그 흔한 노후연금 상품도 준비하지 않았다. 딸아이의 교육비 문제도 마찬가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들어갈 돈은 늘어날게 뻔한데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녀 1명당 대학졸업 때까지 필요한 양육비 3억9670만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부부의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재무솔루션을 정리하기에 앞서 부부의 자산현황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부의 월 소득은 520만원(남편 290만원·아내 230만원)이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은 3억2000만원이다. 이중 부부가 상환해야 할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4000만원이다.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은행예금 1300만원이다. 여기에 월 소득으로 잡히지 않은 부부의 성과급 960만원(지난해 기준)이 있다.

첫번째 노후 준비다. 언급했듯 부부는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노후 준비에 앞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누구의 이름으로 연금을 준비하느냐다. 가입하는 시기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연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부의 경우 나이가 적은 아내의 명의로 연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고 판단했다. 올해 49세가 된 남편보다 납입 기간과 거치기간을 길게 설정할 수 있어서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만큼 조금은 공격적인 연금상품인 변액연금보험을 선택했다. 변액연금보험의 최대 단점인 높은 사업비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보수금액이 저렴한 상품으로 가입했다. 아파트 매입 등 급전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언제든지 중도인출이 가능하고 이직이나 실직 등으로 소득이 끊길 때는 납입이 종료되는 상품을 선택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가입금액은 납입금액 20만원에 추가납부 20만원을 더한 40만원이다.


항상 말하지만 변액연금보험은 투자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펀드 운용이 부진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운용 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하고 필요시 펀드를 변경하는 등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의 교육비 마련은 적립식 펀드(20만원)를 활용하기로 했다. 적립식 펀드는 목돈이 없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투자기간이 분산돼 손실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면 장기투자와 복리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다. 부부는 적립식 펀드를 딸아이의 명의로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사전증여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현행법상 10년간 미성년자는 2000만원, 성인은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사전증여를 계획적으로 준비하면 자녀의 결혼이나 주택장만 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후준비(40만원)와 자녀교육비(20만원)를 제외한 106만원은 주택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만드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부부는 106만원 중 30만원은 전세자금 대출상환용 적금에 넣기로 했다. [※ 참고: 지난해까지 대출금 중도금 상환에 사용했던 성과급 960만원(지난해 기준)은 절반으로 나눠 각각 비정기 지출 , 중도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성과급 중 일부를 비정기 지출 에 사용하기로 한 건 계획적 소비습관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월 소득이 아닌 성과급을 비정기 지출 에 사용하면 아무래도 지출 통제가 용이하다.]

남은 금액(76만원) 중 40만원에 기존 적금(20만원)을 합해 3년 만기 적금에 가입했다. 이 돈은 향후 주택을 사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남은 36만원은 혹시 모를 주택대출에 필요한 원리금 납부용 적금에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부부가 장만하길 원했던 브랜드 아파트의 전세금액은 4억5000만원(59.99㎡·약 18.9평) 수준이다.

지금 부부가 살고 있는 전세 보증금에 1억3000만원이 더 필요하다. 전세가격이 유지될지는 의문이지만 부부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계약이 끝나는 내년 말 브랜드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때 필요한 전세자금 대출 1억3000만원(연이율 3.5%·월 38만원)의 이자를 미리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부부의 계획대로만 되면 최소 1년은 큰 무리 없이 가계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마련하는 용도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하다. 은행예금 1300만원은 비상금통장(CMA)에 넣어 관리하기로 했다. 부부는 브랜드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는 꿈을 잠시 미뤘지만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찾는 데는 성공했다. 재무설계의 목적이 ‘균형을 찾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부부가 재무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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