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제도의 한계

내부고발이 늘고 있다. 미투운동이나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폭로도 사실은 내부고발의 한 유형이다. 덕분에 우리는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의 갑질과 폭력, 이중성 등을 비판하면서 한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포기하면서까지 내부고발에 나선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신고자 보호장치는 아직도 한계가 많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변호사닷컴이 내부고발제도의 한계를 짚어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갑질을 폭로한 것도 내부고발의 한 유형이다.[사진=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갑질을 폭로한 것도 내부고발의 한 유형이다.[사진=뉴시스]

내부인의 제보 없이는 알기 어려운 부조리를 뿌리 뽑는 데 내부고발만큼 유용한 수단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공익신고자(내부고발자)로 나서길 꺼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개 ‘공익신고자’는 비리를 신고하고도 배신자로 낙인찍히거나 왕따를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신고 내용이 사실이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비밀누설로 고소당하거나 감봉ㆍ강등ㆍ해고ㆍ파면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일종의 보복조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공익신고자 보호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정부패 권익위법’, 민간부분에선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두고 있다. 각각 2001년, 2011년에 제정돼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이런 법률 제정에도 허점이 많아 신고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변 보호를 요구할 수 있고, 위원회는 필요시 관할 경찰서에 이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경찰은 마땅히 신고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만약 신고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불이익을 가한 자에게 손해의 3배 이하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신고의 대상을 국민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공정경쟁 등 5개 분야에 한정하고, ‘284개 법률에 열거된 내용을 어긴 경우’로만으로 제한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신고 대상에는 횡령이나 배임, 밀수나 조세포탈, 심지어 사학비리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러니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신고자가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나마 최근 법개정을 통해 자본시장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방위사업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채용절차법 등이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패방지 권익위법’의 경우엔 2001년 제정된 이래 그 내용이 거의 변경되지 않아 신고자 보호 수준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조직문화와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우선 법의 한계를 촘촘히 보완해 신고자가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공익신고 대상 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 다음으로는 신고자의 익명성을 보호해줘야 한다. 다행인 건 최근 법 개정이 이뤄져 올해 10월 18일부터는 변호사에 의한 비실명 대리신고도 가능하게 됐다. 

또한 공익신고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향후 피해를 입을 손실보다 보상금이 더 크다면 공익신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끝으로 공익신고자가 신분상 혹은 경제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장치도 강구해봐야 할 것이다.
오상철 법무법인 고도 변호사 godolaw@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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