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사계 정보라의 여름] ‘코코넛 빙수가게’ 실패 딛고 두번째 꿈 펼치다
[창업가 사계 정보라의 여름] ‘코코넛 빙수가게’ 실패 딛고 두번째 꿈 펼치다
  • 임종찬 기자
  • 호수 275
  • 승인 2018.07.17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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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5人의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 정보라 나이브하베스트 대표

“먹거리만큼은 ‘순수함’을 잃지 말자.” 6개월 전, 나이브하베스트가 탄생했다. 정보라 대표가 일궈낸 두번째 창업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디저트 카페는 1년반 만에 셔터를 내렸다. 그렇다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속도대로 한걸음씩 나아가면 길은 반드시 열리기 마련이다. 

정보라 나이브 하베스트 대표는 “국내에서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식음료를 찾아내는 게 내 일”이라면서 “고객에게 특별한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오상민 작가]
정보라 나이브하베스트 대표는 “국내에서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식음료를 찾아내는 게 내 일”이라면서 “고객에게 특별한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오상민 작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 서른쯤 결혼하는 게 ‘내 미래이겠거니’ 생각했어요.” 26살 대학생의 바람은 여느 또래처럼 사는 것이었다. 꿈 아닌 꿈이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보진 않았다. 공부도, 인턴생활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보통의 꿈’을 이루는 건 쉽지 않았다. 2011년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에게 취업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고, 대학생은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정보라(33) 나이브하베스트 대표 얘기다. 나이브하베스트는 식음료를 유통·판매하는 회사인데, 이번이 그의 두번째 사업이다. 평범함을 꿈꾸던 대학생이 두번씩이나 창업을 결심했던 이유는 뭘까. 정 대표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시 2011년, 정 대표는 이력서를 곳곳에 뿌리며 기대와 낙담을 번갈아 마셨다. 그러다 딱 한곳에 붙었다. 리서치연구소였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정 대표에게 좋은 곳이었다. 조건도 괜찮았다. 

하지만 5개월 뒤 정 대표는 사표를 썼다. 지금 생각하면 섣부른 행동이었지만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앞단의 일(광고홍보)을 전공한 정 대표에게 뒷단의 업무(리뷰)를 하는 건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물론 더 좋은 곳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한동안 표류하듯 회사들을 거쳤다. 리서치연구소·광고대행사·외국계 기업 등 이직이 반복될수록 정 대표의 가슴은 더 답답해졌다. “난 대체 왜 그럴까”라는 자괴감에도 빠졌다. 이제 삶의 방향을 틀어야 했다. ‘이런 직장을 찾겠다’ ‘무얼 하겠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난 어떤 사람인가’ 정도는 깨치고 싶었다. 

‘나’를 찾아서 

지금은 마지막 직장이 돼버린 그곳에서 휴가를 내고 무작정 베트남으로 갔다. 목적이 뚜렷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을 찾고 싶다는 욕구가 정 대표를 베트남으로 이끌었다. 

거기서 우연찮게 먹은 코코넛 빙수 ‘쩨(Che)’가 첫번째 창업 아이템이 될 줄은 그땐 몰랐다. “음, 이거 맛있다” 정도였는데, 그게 정 대표의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놨다. 일주일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왔다. 달라진 건 없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였다. 그럴수록 정 대표는 ‘진짜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창업을 할까?” 다행히 종잣돈은 있었다. 직장생활 하면서 나름 알뜰살뜰하게 저축한 덕이었다. 퇴직금을 합하면 대략 4000만원은 융통할 수 있었다. 창업 아이템도 쉽게 떠올랐다. 베트남에서 먹었던 코코넛 빙수 ‘쩨’를 파는 가게를 오픈하면 될 것 같았다. 정 대표는 몇차례 베트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 9월, 드디어 일을 벌였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표를 던졌다.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할 일이 태산이었다. 가장 급한 건 매장을 찾는 거였다. 유동인구는 많고 가격은 저렴한 매장을 발굴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숱하게 들었던 ‘발품을 팔아야 성공한다’는 말이 뒤꿈치부터 올라왔다. 

해를 넘긴 2016년 5월 상수동에 있는 한 매장과 계약했다. 26.4㎡(약 8평) 규모의 작은 매장, 보증금은 1000만원이었다. 인테리어 시공비 700만원(300만원), 냉장고와 집기 구입에 1500만원을 들였다. 창업 후 3~4개월 버틸 수 있도록 800만원을 여유자금으로 남겼다.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이었던 베트남 빙수와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인 영국차 브랜드 ‘니치 티’.[사진=정보라 대표 제공, 오상민 작가]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이었던 베트남 빙수와 두 번째 사업 아이템인 영국차 브랜드 ‘니치 티’.[사진=정보라 대표 제공, 오상민 작가]

“이제 매장 오픈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문제가 터졌다. 매장 외벽에 붙인 타일이 줄줄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시공업체의 날림공사가 화근이었다. 옥신각신한 끝에 계약금 300만원만 주는 조건으로 부실시공 문제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시공을 해야 했다. 낮밤 가리지 않고 외관을 정비하고, 내관을 꾸몄다. 자금을 쓸 수 없으니, 살릴 수 있는 건 최대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한달여, 정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쩨샵’을 열었다(2016년 6월). 밤잠을 설치진 않았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픈 첫날, 연락을 받은 친구들 덕분인지 7개 좌석이 하루 종일 꽉 찼다. 준비했던 코코넛 빙수 30잔도 금세 떨어졌다. 저녁 8시 문을 닫은 후 어깨가 뻐근했지만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오픈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일단 매장 앞을 다니는 사람이 드물었다. 유동인구도 요일마다 제각각이어서 앞일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매출도 때마다 요동쳤다. 7000원짜리 빙수 10잔이 하루 매출의 전부인 날도 있었다. 기대치가 낮았던 탓에 실망이 크진 않았지만 “그러다 망한다”는 핀잔을 들을 때면 정 대표는 속이 상했다.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근처 가게 사장들과 정보를 교류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SNS에 올리면서 소통도 했다. 그럼에도 매출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3개월, 첫 성적표가 나왔다. ‘월 평균 수익 150만원’. 나쁘진 않았지만 오픈 효과를 감안하면 좋지도 않았다. 더구나 창업을 했던 6월은 빙수를 먹기 딱 좋은 계절이었다. ‘빙수’가 잘 팔리기 어려운 ‘겨울’ 준비도 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예상대로 ‘쩨샵’은 혹독한 겨울을 보냈고, 추운 봄을 맞았다. 여름에 매출이 반짝 늘었지만 금세 쪼그라들었다. 창업한 지 1년 4개월 만인 2017년 10월, 정 대표는 가게를 정리했다. 손에 돌아온 건 보증금 1000만원과 장비를 팔고 남은 700만원뿐이었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그는 실망도, 낙담도, 좌절도 하지 않았다. 창업문을 두드렸으니,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첫번째 창업을 통해 뜻하지 않은 것도 얻었다. ‘나’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던 거다. “내 적성은 먹거리와 관련이 있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데는 장점이 없다. 창업을 다시 하더라도 B2B(기업 대 기업 간 거래)를 해야 한다.” 

작은 공유형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정보라 대표.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다.[사진=오상민 작가]
작은 공유형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정보라 대표.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다.[사진=오상민 작가]

첫번째 창업에 실패한 직후 정 대표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공유사무실에 들어갔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의 ‘쩨’처럼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식음료 아이템’을 발굴해 유통하고 싶었어요. 고민 끝에 결정한 게 식음료 사업이었죠.”

이번엔 처음보다 더 작게 시작하기로 했다. 클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는 걸 실패를 통해 배웠다. 올 1월, 정 대표는 자본금 1700만원짜리 회사 ‘나이브하베스트(Naive Harvest)’를 서울 합정동에 만들었다. 창업 준비 기간에 발굴한 영국차茶 브랜드 ‘니치 티(Niche Tea)’의 판매권도 획득했다. 여러 가지 허브를 섞어 효능을 끌어올린 건강차로 해독해 숙면에 탁월하다. 제품마다 효능이 달라 고객이 맞춤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정 대표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느리더라도 의미 있는 걸음을 딛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니치 티를 알리는 데 힘썼다. 편집숍 2곳과 접촉해 납품을 시작했다. 판매량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현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가을엔 수입 물량을 3배로 늘릴 계획이다. 

정 대표의 두번째 창업.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마지막이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쩨샵 때보다 훨씬 더 긴장한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갈 곳이 없다는 절박함에 잠을 설칠 때도 많다. 올 가을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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