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부당 부과 논란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제멋대로 책정했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뒤늦게 밝혀졌다. 일부 은행들은 ‘실수’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만 수천건이다. 심지어 신용도나 상환 실적에 문제가 없는데 40% 이상 가산금리를 올린 사례도 있다. 의도적인 ‘조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산금리 책정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가산금리의 불편한 진실을 짚어봤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부당 부과를 막을 대책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사진=뉴시스]
은행들의 가산금리 부당 부과를 막을 대책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사진=뉴시스]

지난 6월 21일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산정하고 부과할 때 금융소비자에게 우대금리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고율의 금리를 부과한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은행들이 내규대로 가산금리를 책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책정했다는 얘기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실제 사례를 보자. 

숙박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금감원의 발표 내용을 접한 후 “내 대출은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법인 대출상환 내역을 살펴봤다. 대출금이 많지는 않지만 왠지 꺼림칙했던 A씨는 의문에 빠졌다. 

A씨는 지난 2013년 3월 법인 대표명의로 1억8000만원의 기업일반자금을 대출받았다. B시중은행으로 합병되기 전인 2012년 출시한 ‘일수형(원금과 이자를 날마다 갚는 방식)’ 대출상품이었다. 상환방식은 원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이었고, 당시 계약한 연이자율은 8.72%(금융채유통수익률+가산금리)로 변동금리를 적용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5년 3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꾸준히 내려가는 와중에 이자가 순식간에 확 늘었다. 그해 3월 20일 기준 2만1336원이었던 일일 이자는 23일 2만9987원으로 40.3%나 뛰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B은행 관계자의 설명을 먼저 들어보자. “15~20년 장기대출인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일반적인 기업일반자금은 1년 단위로 대출상환 기한을 연장한다. 연장을 할 때는 해당 기업의 실적과 신용평가, 혹은 해당 산업의 향후 성장성이나 리스크, 상환 실적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서 금리를 재산정한다. 기준금리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를 재산정할 때에도 당사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을 하도록 돼 있고, 임의로 올릴 수 없다.”

그에 따르면 이자율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은 기준금리, 상환 실적, 해당 기업의 실적과 신용평가, 해당 산업의 미래 성장성 등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A씨가 운영하는 법인의 대출 이자가 올라갈 이유가 있었을까.

 

일단 A씨의 대출상환 기록을 보면 A씨는 대출 이후 원금과 이자를 단 하루도 연체한 적 없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1년 6월(3.25%)부터 2016년 6월(1.25%)까지 줄곧 내렸고, 단 한차례도 올라간 적 없다. 

2015년 3월에 금리를 재산정했다면 영향을 미치는 실적이나 신용평가는 2014년 재무제표가 기준이다. 당시 숙박 업계는 늘어나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로 호황을 맞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도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당시 사상 최대치였다. 덕분에 A씨가 운영하는 숙박 업체도 호황을 맞았다. 평균 객실 가동률만 70%를 웃돌았다. 기업신용평가가 나쁠 리 없었다.

돈 잘 갚아도 가산금리 올랐다 

업계 미래 성장성은 어땠을까. 2015년 1월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경제적 파급효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예측했다. “2020년이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2300만명에 달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할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201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숙박업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당시 서울 시내에 비즈니스호텔과 불법 숙박 업체들이 증가한 것 역시 산업 성장 기대감의 방증이었다. 

A씨는 “아무리 따져 봐도 금리가 올라갈 일이 없다”면서 “은행 측이 2015년 5월에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예측해 3월에 금리를 올렸을 리 없지 않은가”라고 토로했다. 그는 “향후 산업 성장성을 보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데, 도대체 누구의 판단 기준인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제멋대로 가산금리를 손봤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대책이 있을까. 금감원은 “은행들이 부당하게 받은 이자는 환급해줘야 한다”면서 “이자 환급액은 은행들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대한 빨리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 심사 등을 더 거쳐 구체적인 문제의 원인이나 지적을 받은 은행들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산금리와 목표이익률이 시장상황과 경영목표를 반영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산정ㆍ부과되도록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2012년 전국은행연합회가 만든 자율적 규준)’을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은행들의 가산금리가 어떤 근거로 산출됐는지 그 내역을 소비자에게 좀 더 꼼꼼하게 제공하도록 하고, 금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중요한 건 그런다고 해서 은행들의 가산금리 임의 책정 문제가 모두 해결되느냐는 거다.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달리, 여전히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특히 금감원이 이번에 가산금리를 문제 삼은 건 은행들이 스스로 만든 거나 다름없는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제성이 없는 규준의 개선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서는 재발 방지를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은행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단 은행들이 “영업비밀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각 은행 이사회는 매년 말, 다음해 영업 전략 회의를 통해 어떤 상품으로 얼마의 이익을 남길지 정한다. 이게 은행의 목표이익률(마진)이고, 이 목표이익률에 따라 가산금리도 달라진다.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공개하라는 주장에 은행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정보 얼마나 공개될까

금감원 역시 가산금리 책정 방식 공개는 반대한다. 지난 6월 21일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대출금리 산정체계 적성성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산금리의 목표이익률(마진) 공개는 시장개입”이라면서 “공개를 반대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A씨는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핵심 정보가 빠진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실적이 좋아도 상환을 잘해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금리인상을 정당화하는데, 새로운 핑곗거리를 만들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통신요금 원가 자료도 공개하는 상황에 은행이라고 안 될 이유가 있는지, 더구나 이미 소비자를 속였다는 게 들통난 상황이라면 봐줄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