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빗소리’를 팔아야 사는 시대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빗소리’를 팔아야 사는 시대
  •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 호수 298
  • 승인 2018.07.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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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트렌드

과거엔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독서나 음악 감상, 등산이라는 판에 박힌 답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엔 빗소리 듣기,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관찰하기, 애완견용 간식 요리하기 등이 취미인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취미가 매우 구체적이고 특별하게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이젠 ‘빗소리’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사회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휴식’을 강조하면서 취미생활이 다양해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회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휴식’을 강조하면서 취미생활이 다양해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연구 휴가를 맞아 일본 삿포로에 1년간 머물렀던 몇년 전, 빗소리 듣기가 취미인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어릴 적에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듣던 양철지붕에 떨어지던 빗소리가 그립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자 그는 아파트 안방에서도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개발해 창문에 설치했다. 그 장치로 특허를 받고 난 후엔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장치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요즘 소비자들의 취미는 매우 구체적이고 특별하다. 음악 감상이 취미가 아니라 특정 아이돌만 쫓아다니거나 직접 드럼과 색소폰 같은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라틴계 민속음악 연구를 하는 것이 취미가 되기도 한다. 취미가 그저 등산이 아니라 전국의 100대 명산을 정복하거나 태백산맥을 종주하는 것, 또는 심산유곡深山幽谷 야생화를 관찰하거나 산에서 일출사진을 찍기 위해 등산을 취미로 삼는다. 특이한 동물을 기르거나 퍼즐을 조립하거나 로봇을 훈련시키거나 만화나 드라마 인물 코스프레를 하는 취미도 있다.

취미 생활이 예전과 달리 점점 다양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여가시간의 증가다. 아직도 우리는 바쁘고 휴식이 충분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사회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개성을 추구하는 동기가 강해진 탓이다. 남들과 다른 취미를 발굴해 자아를 성장시키려는 욕구가 강해졌고 사회도 점차 ‘그 다른 것’을 수용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소득 증가, 1인 가구의 증가, 자녀수 감소, 글로벌화로 인한 다양한 정보유입 등도 취미생활의 다양화에 영향을 미쳤다.

많은 소비자들은 취미생활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으로 역량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들은 해당 분야 시장전문가(Market maven)로서 다른 소비자와 관련 산업에 아주 가치 있는 조언을 제공하고 나아가 취미를 제2의 직업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다양한 취미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온라인중개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동호회도 넘쳐난다. 비슷한 가치관과 취향을 가진 이런 수평적인 동호회 집단은 혈연이나 지연으로 이뤄진 기존의 귀속적 집단보다 훨씬 유대감이 강하다.

그렇다면 시장은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취미활동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취미생활 시장이 지나치게 세분화되는데도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익창출이 가능할까. 답은 ‘그렇다’ 또는 ‘그래야만 한다’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소비자들은 ‘해야만 하는 일(직업)’을 줄이고 ‘하고 싶은 일(취미)’을 늘리고 싶어 할 것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돈을 벌기 위한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돈을 썼다면 앞으로는 자아를 성장시키고 삶을 즐기기 위한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해 돈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활동이든 소비자 개개인에게 특화된 맞춤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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