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싱글 남성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ㆍ복지 격차는 청년층을 창업으로 내모는 요인 중 하나다. 월급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창업을 하지만 창업시장 역시 녹록지 않다. 직장인 이규빈(28ㆍ가명)씨는 식당 창업 3년 만에 가게를 접었다.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선택했지만, 창업하면서 진 빚 1500만원이 말썽이었다. 빚 중에서 ‘처분해야 하는 빚’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20대 남성의 재무설계를 도왔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빚을 줄여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이 늘지 않으면 빚을 줄여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빚 때문에 고민하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가구의 부채는 평균 2385만원이었다. 부채 증가 속도도 전연령대에서 가장 가팔랐다. 2016년 1681만원보다 41.9%나 증가했다. 이들의 부채 비중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담보대출(58%), 신용대출(31.1%), 기타금융부채(4.9%), 임대보증금(6%) 등 순이었다. 부채 규모는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작지만 소득 규모가 작은 20대에게 대출 부담은 적잖은 스트레스다.

직장인 이규빈(28ㆍ가명)씨도 빚이 발목을 잡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년 전 대구광역시에서 식당을 창업했던 그는 3년 만에 장사를 접었다. 20대의 패기로 창업에 도전했지만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식당 운영이 안정화할 때까지 버티려면 자금이 필요했지만 그럴 만한 여유자금이 없다.

뼈아픈 실패를 맛본 이씨는 가게를 정리하고, 무일푼으로 상경했다. 식품회사에 취업한 그는 “창업의 어려움을 모른 채 취업했다면 미련이 남았을 것 같다”면서 “제때 제때 월급이 나오는 지금,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월세 보증금 500만원도 마련했다. 문제는 창업할 때 진 빚 1500만원이었다. 대출금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이자율이 상당했다. 이씨는 대출 이자를 갚느라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있었다.

매달 월세도 만만치 않았다. 월급은 안정적으로 들어오지만 목돈이 줄줄 빠져나갔다. 그는 “대출금을 갚고 전세 자금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5년 안에 5000만원을 모으고 싶다는 이씨. 그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이씨의 급여는 세후 216만원이다. 소비성지출은 통신비(10만원), 월세ㆍ공과금(50만원), 식비ㆍ생활비(50만원), 교통비(10만원), 건강보험료(1만원), 여가ㆍ문화생활비(3만원) 등 124만원이었다. 비정기지출은 부모님용돈(50만원), 쇼핑비(50만원), 휴가비(100만원) 등 연간 200만원으로 월 평균 17만원이었다. 이를 모두 포함한 소비성지출은 총 141만원으로, 20~30대 싱글 남성의 평균 수준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단출했다. 주택청약저축에 최소 금액 2만원씩 납입하고 있었다. 부담이 가장 큰 대출상환액은 매달 34만원에 달했다. 이씨의 지출은 177만원으로 잉여자금은 39만원이었다. 하지만 잉여자금이 통장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때가 거의 없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계획적으로 쓰는 탓에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연간 상여금 200만원도 야금야금 쓰기 일쑤였다.

Q2. 문제점

이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출이자였다. 이자율이 28%에 달해 매달 34만원이 줄줄 빠져나갔다. 빚 내지 않고 살기 힘든 시대지만, 빚에도 유형이 있다. 상황에 따라 짊어지고 가야 하는 대출과 빨리 갚아야 하는 대출로 나뉜다. 이씨의 경우, 대출금리가 28%로 과다한 데다 월급 외에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과 같은 금융소득이 전혀 없었다. 금융소득으로 대출금 이자를 상쇄할 수 있다면 대출 상환을 미룰 수 있지만, 이씨의 경우 대출을 빨리 상환하는 게 유리했다. 상여금 계좌를 만들어 따로 모으지 않고, 그냥 써버린다는 점도 문제였다.

또 중장기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는 점도 리스크였다. 주택마련ㆍ결혼자금ㆍ노후자금 마련 등은 생애주기에 따라 누구나 준비해야 한다. 여행자금처럼 1~2년 모아서 대비할 수 있는 규모의 자금도 아니다. 이씨처럼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 장기적인 재무 목표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Q3. 해결점

대출금 1500만원 먼저 정리하기로 했다. 다행히 대구 가게 보증금 1700만원을 돌려받아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대출이자 34만원을 절약했다. 남은 보증금 200만원과 허투루 써버리던 상여금 200만원은 따로 통장에 모으고, 비정기지출(17만원)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소비성지출은 손볼 데가 없었다. 주택청약저축도 유지했다. 이렇게 절약한 51만원에 잉여자금 39만원을 더한 90만원으로 미래에 대비하기로 했다. 먼저 내집마련을 위해 월 50만원씩 적금에 붓기로 했다. 단기적립식펀드에 25만원씩 투자해 결혼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녀양육비ㆍ노후자금 등 장기 재무목표를 위해 중장기투자 상품(15만원)에 가입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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