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앞 다른 길 걷는 해외 유통채널

전통의 소매유통업체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 과열경쟁, 임금인상 등. 원인을 찾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실적 부진이 오로지 외부환경 탓만일까. 위기를 돌파할 만한 혁신책을 만들지 않은 탓은 아닐까. 그래,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유통의 미래, 먼 곳에 있지 않다.

백화점에서 복합상가로 재탄생한 긴자식스가 도쿄 명소로 떠올랐다.[사진=뉴시스]
백화점에서 복합상가로 재탄생한 긴자식스가 도쿄 명소로 떠올랐다.[사진=뉴시스]

경기침체 장기화로 매출 부진에 허덕이던 일본의 백화점들이 임대사업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백화점 기능은 건물 아래쪽에 두고, 건물 위쪽은 임대 사무실로 활용하는 거다. 백화점으론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변화다.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 유통업체들은 어떤가. 더스쿠프(The SCOOP)가 세계시장을 관통하는 신유통의 흐름을 쫒아가봤다. 

전통적인 소매유통업들이 저조한 수익성 탓에 수년째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할 것 없이 매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자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환경의 변화도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엔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편의점 업계마저도 곡哭소리를 낸다. 최저임금 인상 시행 이후 직격탄을 맞아 가뜩이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BGF리테일(CU)은 지난해 2.8%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1분기 2%로 떨어졌고, GS리테일(GS25)은 2%였던 영업이익률이 1%로 낮아졌다. 편의점 업계는 떨어진 영업이익률의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에서 찾으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까지 반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그러자 편의점 점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월 1회 공동휴업, 내년부터 심야 할증까지 고려하던 편의점 점주들은 19일 가맹본사에 가맹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맹수수료 등 거래 조건 변경 등을 요청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가맹본사들은 상생안까지 내놨는데 책임을 본사에만 떠넘기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둘러싼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몇 퍼센트 올린다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폐점 위기에 몰린다고 아우성 치는 건 편의점 업계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인건비와 물가가 오를 때마다 우는 소리를 한다.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이든 프랜차이즈든 낮은 영업이익률을 최저임금이나 물가상승에서 찾지 말고 수익 구조에 문제는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가맹점 수익으로만 수익을 올리려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건강한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업체들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몇 퍼센트 올린다고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아우성은 편의점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 몇 퍼센트 올린다고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아우성은 편의점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국내 소매유통업체 중에는 변화와 혁신에 소극적인 곳이 많다. 성장을 가로막는 정부의 규제를 탓할 뿐 자구책 마련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복합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에 맛집을 유치해 집객효과를 노리는 것 말곤 큰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매출이 수년째 답보상태인 이유다.

새로운 수익모델 찾는 日 백화점

해외의 유통업체들도 그럴까. 그들도 때론 정체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긴 우리와 마찬가지이지만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경영컨설팅업체 비즈니스인사이트의 김인호 부회장은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新유통트렌드와 미래 성장전략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위기에 직면한 해외 백화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각각의 포지션에서 새로운 전략으로 변화에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본 백화점들 사례를 보자. 백화점 천국인 일본에선 지난 10년간 백화점이 20% 감소했다. 미츠코시 백화점의 이케부크쿠ㆍ가고시마ㆍ신주쿠점 등이 폐점했고, 마츠자카야 백화점의 가고시마ㆍ오카자키ㆍ긴자점도 문을 닫았다. 경기침체와 소비환경의 변화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거다. 그런 일본의 백화점들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전통의 백화점에서 벗어나기, 이른바 탈脫백화점화다. 

지난해 4월 도쿄에 문을 연 긴자식스(Ginza six)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람들로 인해 도쿄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곳이 더욱 주목받는 건 긴자식스의 자리가 폐점한 마츠자카야 백화점 긴자점이 있던 자리라서다. 

마츠자카야 백화점을 운영하는 J프론트리테일링은 백화점으로는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백화점을 헐고 이 자리에 13층짜리 복합상가건물인 긴자식스를 세웠다. 지하 2층부터 지상 6층까진 쇼핑몰이고 그 위는 임대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마츠자카야 백화점 우에노점도 지난해 11월 복합상가로 탈바꿈했다.

 

2009년 폐점한 긴테츠 교토점은 가전양판점인 요도바시 카메라로, 2010년 3월 폐점한 이세탄 기시조지점은 글로벌 SPA인 H&M로 바뀌었다. 매출 부진에 허덕이던 긴테츠 히라카타점 역시 2012년 2월 폐점했다가 2016년 복합상가 T-site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백화점으로 3대가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6~7층은 은행이 들어섰다. 

변화에 대응하는 업체들

이런 움직임은 일본만이 아니다. 아예 새로운 개념의 백화점으로 운영하거나 미니멀한 쇼룸 형태로 돌아선 백화점들도 있다. 2013년 문을 연 중국 상하이上海의 K11백화점은 갤러리형 백화점이다. 전통의 백화점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문화’를 매개로 다가서고 있다. 단순한 소비 공간에서 벗어나 각 층마다 다양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하는가 하면 세계적인 명화 전시회도 연다.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일부 매장을 미니멀한 콘셉트의 재고 없는 매장으로 선보이고 있다. 구매는 온라인을 통해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선 수선과 맞춤, 픽업 등의 역할만 수행하는 거다. 

이처럼 체질을 아예 바꾸거나, 본래의 기능은 최소화한 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업체들이 속속 늘고 있다. 변화에 소극적인 채 눈물만 흘리는 우리 유통업체들이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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