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오프라인

백화점 메이시스(Macy’s), 완구전문점 토이저러스(Toysrus), 전자제품 전문점 라디오쉑(Radio Shack) 등 미국의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이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의 대명사 격인 아마존은 오프라인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왜일까.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온라인 공룡들의 오프라인 식욕을 취재했다. 

아마존은 아마존북스에 이어 아마존 고를 오픈, 오프라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마존은 아마존북스에 이어 아마존 고를 오픈, 오프라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은 이미 대중화됐다. 전세계 인구 다섯명 중 한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사회에 여러 변화를 불러왔고, 그에 따라 서비스 플랫폼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초고속 성장을 이룬 업체들을 보면 대부분 O2O(Online to Offline) 형태로 운영된다. 배달의 민족, 카카오택시, 야놀자 등 O2O 업체들은 온라인의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O2O 업체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처럼 직접 체험해볼 수 없다는 점은 O2O 업체들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다. 업체 간 수익 양극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 2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숙박 예약 플랫폼인 ‘야놀자’는 2015년 75억원이던 영업손실이 지난해 116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계도 명확하고, 양극화도 심화하면서 등장한 게 바로 O4O(Online for Offline)다. O4O는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고객 정보와 자산을 토대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O2O가 온라인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O4O는 오프라인에 무게를 더 둔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의 ‘아마존 고(Amazon Go)’다.  

아마존은 2015년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를 오픈하고, 올해 초엔 무인시스템 점포인 아마존 고를 오픈했다.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생성해 체크인을 한 뒤 매장에 입장해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나오면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정보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O4O 서비스의 포인트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 137억 달러(약 15조5000억원)를 투자해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식품업체를 인수한 이유는 오프라인 영역 확대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 온라인 커머스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그 공세에 밀린 많은 오프라인 업체가 시장을 잃고 무너졌다.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특히 식품이 그렇다.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통해 온라인 식품 판매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이유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오프 전략’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도 오프라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마윈 회장은 2016년 참석한 한 콘퍼런스에서 “순수한 전자상거래는 사라질 것”이라며 “오프라인 체험, 온라인 서비스, 물류 등이 결합해 새로운 모습이 유통이 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 말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 백화점, 대형슈퍼마켓 체인 등을 속속 인수하며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방법은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식품이다.

알리바바는 신선식품 매장 허마센성에 투자했다. 허마센성은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앱으로 제품을 구매하면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마센성에서는 알리페이를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중국의 경우 현금거래 비율이 높아 오프라인에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 모바일 간편결제를 통해 오프라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혁신을 통해 대표적인 O4O 모델이 된 스타트업도 있다. 온라인에서 안경을 파는 미국의 스타트업 와비파커는 ‘홈트라이온(Home Try on)’이라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업체다. 와비파커에서 안경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체험할 다섯 종류의 안경을 골라 집으로 배송 받는다. 소비자는 각각의 안경을 써본 뒤 구매할 안경을 선택하고, 자신의 정보(시력, 눈 사이의 거리)를 홈페이지에 입력한다. 다섯개의 안경을 다시 반송하면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이 배달된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지만 반대로 체험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점에서 착안한 사업구조다.

 

온라인 안경업체 와비파커는 오프라인에서 체험의 기회를 제공,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온라인 안경업체 와비파커는 오프라인에서 체험의 기회를 제공,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와비파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온라인 판매업체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오프라인 쇼룸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60여개인 매장을 2020년 100개까지 오픈한다는 목표다.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체험의 기회’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된 와비파커는 2015년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창업 후 5년 만에 혁신기업 1위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구글 제친 스타트업의 O4O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하나인 ‘다방’은 O2O를 넘어 이제 O4O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방 케어센터’라는 부동산 맞춤 오프라인 상담센터가 그것이다. 원하는 집을 직접 보고 싶을 때 ‘방봄 대원’이 동행해 집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오프라인 서비스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은 지난해 5월 매물이 많은 서울 봉천동에 다방 케어센터를 정식 오픈했다. 오픈 3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명을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현재는 재정비를 위해 잠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대기업들도 본격적으로 O4O 전략을 짜고 있다. 지난 4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e커머스(commerce) 사업본부’ 신설을 예고하며, 온라인 사업에 약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롯데만의 O4O 전략을 추진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최재홍 강릉원주대(멀티미디어공학) 교수는 “O2O 시장이 확대되면서 점점 업체 간 서비스ㆍ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더 특별한 서비스를 내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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