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기업 한샘, 자회사 이용해 낯뜨거운 ‘배당잔치’
가구기업 한샘, 자회사 이용해 낯뜨거운 ‘배당잔치’
  • 김정덕 기자
  • 호수 300
  • 승인 2018.08.1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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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오너 일가와 한샘이펙스

모기업이 자회사를 만든다. 감자와 증자를 통해 오너 일가 지분을 늘리고, 배당잔치를 벌인다. 자회사 실적이 나빠지자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다. 그 이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자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린다. 또다시 배당을 챙긴다. 이는 가구업체 한샘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한두번 거론된 게 아니고, 이미 해명도 했다”고 말했다. 어떤가. 이상한 점은 없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가구기업 한샘의 이상한 배당잔치를 취재했다. 

한샘 자회사 한샘이펙스는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는 용도로 사용됐다.[사진=연합뉴스]
한샘 자회사 한샘이펙스는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는 용도로 사용됐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착한기업’으로 알려졌던 한샘에서 사내 성폭행 사건이 터졌다. 한샘 측은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사태를 바로잡겠다 했지만, 회사가 해당 여직원의 입을 막으려 한 정황이 드러나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한샘의 문제는 과연 조직문화에만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한샘은 자회사 배당잔치로 오너 일가 배를 불려주기도 해서다. 어쩌면 한샘의 진짜 문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완벽히 자리잡았다는 그들의 주장과 달리 대기업의 악습을 벤치마킹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오너 일가 배당잔치 논란에는 부엌가구ㆍ인조대리석을 만드는 한샘이펙스가 있다. 먼저 한샘이펙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자. 2003년까지 한샘이펙스의 최대주주는 총 발행주식의 43.4%를 가진 한샘이었다. 2004년 감자減資를 하면서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장녀 조은영씨를 비롯한 오너 일가(46.8%)로 바뀌었다.

2006년엔 다시 증자增資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을 안정화했고, 2010년엔 한샘이 보유했던 한샘이펙스 주식 31.7%(9만8500주)가 모두 오너 일가와 최양하 한샘 회장으로 이동했다. 반복적인 감자와 증자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을 늘린 셈이다.  A법률사무소의 한 변호사는 “감자와 증자가 오너 일가의 지분율 상승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주목할 점은 한샘이펙스의 최대주주가 오너 일가(50.1%)와 최양하 회장(41.2%)으로 바뀐 2010년 이후 ‘배당잔치’가 열렸다는 거다. 2010~2012년 평균 배당률은 100%에 달했다. 모기업 한샘 배당률이 30.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배당이 틀림없었다.

100% 배당률은 한샘이펙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2012년까지 계속됐다. 오너 일가와 최 회장이 한샘이펙스의 최대주주에 올라선 직후 고액배당을 한 것도 모자라, 영업손실이 났을 때에도 배당을 미루지 않은 셈이다.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다. 익명의 M&A 전문변호사는 “오너 일가의 종잣돈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864억원으로 떨어진 한샘이펙스 매출은 2013년 1041억원으로 2011년 수준(1045억원)까지 회복했지만, 실적과 무관한 고액배당 탓인지 영업이익은 겨우 5억원으로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참고로 2011년과 2012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29억원, -31억원이었다.

이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번지자, 2014년 한샘이펙스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와 최 회장에서 한샘으로 바뀌었다. 한샘이펙스가 19만주를 유상증자했는데, 한샘이 이 주식을 모조리 취득해 10년 만에 다시 최대주주(지분율 38%)에 올랐고, 오너 일가와 최 회장의 지분은 각각 31.1%, 25.6%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한샘이펙스에 일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샘이 최대주주에 오르기 전인 28%였던 한샘이펙스와 한샘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42.1%, 2015년 47.8%, 2016년 50.2%로 거침없이 치솟았다. 2017년엔 50.1%로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한샘에서 나온다.[※참고 : 한샘 측은 2017년 내부거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하지만 한샘이펙스 연결재무 기준으로 보면 계산대로다.]

실적과 무관한 고액 배당

당연히 실적도 가파르게 늘었다. 2013년 1041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1671억원으로 6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21.9% 늘었다. 실적이 늘자 2013년 주당 1500원으로 줄었던 주당 배당금은 2017년 2500원으로 1.6배 늘었고, 오너 일가와 최 회장은 또다시 배당잔치를 벌였다. 오너 일가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한샘이펙스에서 가져간 배당금은 총 36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 역시 3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이펙스의 최대 주주가 한샘에서 오너 일가로(2004년), 그리고 다시 한샘으로(2014년) 옮겨가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4년 당시엔 한샘과 한샘이펙스 간 시너지가 없어 한샘이펙스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3년 한샘이 매출 1조를 달성하면서 대규모 인조대리석 제조업체와의 수직계열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분을 재취득했다. 배당에 관해서는 회사가 오래도록 이익을 못 내다가 이익을 낸 후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준 것일 뿐이어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당시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거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허점이 많다. 무엇보다 한샘 지분이 오너 일가 등에 완전히 옮겨진 2010년 이후 한샘이펙스는 배당잔치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부를 챙겼고, 한샘에 투자했던 수많은 주주들은 이익을 누릴 기회를 상실했다. 

익명을 원한 변호사는 “정확히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오너 일가에게 상당히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한두번 거론된 게 아니고, 이미 해명도 했다”면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샘은 한샘이펙스와 한샘넥서스의 자회사 주식을 재취득한 2014년 당시 관계사들과의 투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 오너 일가에게 지분을 불투명하게 넘겼던 데 대한 해명이나 투명성 유지를 위한 노력 등은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한샘의 불편한 민낯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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