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작가 “뭔가 하고 싶다면 그냥 움직이세요”
김학수 작가 “뭔가 하고 싶다면 그냥 움직이세요”
  • 김미란 기자
  • 호수 300
  • 승인 2018.08.07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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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미안해서」 저자 김학수 작가

편의점 앞의 플라스틱 의자, 자연스럽게 집어든 믹스커피, 지우개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들…. 소소하다 못해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인 일상의 모습들. 자칭 ‘을乙러스트레이터’인 김학수(44) 작가가 삶의 흔적들을 모아 그림 에세이 「하루가 미안해서」를 냈다. 여전히 2H 연필을 꾹꾹 눌러 그린 그의 밑그림을 소소함을 넘어 따뜻함을 선물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의 특별하지 않아 더 반짝이고, 소소해서 더 소중한 그림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학수 작가는 살면서 지나온 소소한 시간들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김학수 작가는 살면서 지나온 소소한 시간들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다 다닥다닥 붙은 자석을 본다. 여행지에서 사온 것부터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받은 쿠폰까지, 모양도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붙어 있는 내 모습 같다. 나이가 들면 버티는 삶이 어떤 건지 조금씩 이해된다.

# 오랜만에 출판사 회의에 참석했다. 직원이 녹차 한잔을 내왔는데 컵 손잡이에 티백을 한바퀴 감아 놨다. 티백 끝 종이가 컵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 작지만 세심한 배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책이 나오기 전 텀블벅 크라우딩 펀딩에 처음 소개됐을 때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환호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서다.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씁쓸해지는 그의 이야기들이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던 6월 「하루가 미안해서」라는 책으로 독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책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했습니다. 왜 하루가 미안한가요?
“사실은 하루하루가 너무 고맙다는 뜻입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고맙다가도 그 뒤에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미안함 같은 거. 그 마음을 표현한 겁니다.”

✚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 받아 책을 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많은 분에게 넘치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너무 고마워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 처음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북디자이너였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 출판사의 북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표지 사진을 골라야 하는데 쓸만한 게 없어서 ‘그럼 내가 한번 그려볼까’라는 마음으로 작업해 대표님에게 보여드렸죠. 그랬더니 ‘이걸로 하자’ 그러시더라고요.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 데뷔작인 거네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하지만 집안에서 반대하는 데다가 외환위기(IMF)가 터져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죠. 돈벌이를 해야 해서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택했어요. 그런데 우연찮은 계기로 기회가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 어떤 기회죠?
“제가 표지를 그린 책이 대형서점에 진열됐는데 그걸 보고 출판사로 연락이 온 겁니다. 작업 의뢰였죠. 그렇게 추가 작업을 하고 알음알음 소개로 일러스트 작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달가울 리가 없죠. 본래 업무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북디자이너로 4년 정도 일하고, 그 뒤로는 쭉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학수 작가의 작품들.[그림=김학수 작가 제공]
김학수 작가의 작품들.[그림=김학수 작가 제공]

✚ 그럼 그때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한 건가요?
“아뇨. 출판사에서 월급 받는 전속 일러스트레이터로도 9년가량 일했습니다. 그런데 한곳에 묶이니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더라고요.”


✚ 그럼 작업을 거의 못했겠네요?
“그땐 제가 열심히 발품을 팔았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여기저기 문 두드리고 다녔어요.”

✚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다니셨군요.
“무작정 찾아가면 내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낯설어하면서도 예상 외로 다들 반겨주더라고요. 그러면서 크고 작은 작업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을 그만 둔 후로는 계속 프리랜서입니다.”


외벌이로는 힘든 현실

✚ 책을 보니 스스로를 을乙러스트레이터라고 지칭하던데요.
“과거엔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 출판사가 갑甲이었고, 작가들이 을乙이었어요. 요즘은 반대로 작가들이 갑이고, 출판사가 을이죠.”


✚ 갑을관계가 완전히 바뀌었으면 대우도 달라졌나요?
“그냥 명칭만 바뀌었어요. 내용은 그대롭니다. 계약서상 을이 갑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을의 처지인 것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 너무 직접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는 작업만으로 생활이 가능한가요?
“지금 아내가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육아에 전념하다가 다시 일을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아이들이 입학하기 전까진 외벌이도 가능하지만 아이들이 크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인가요?
“주위의 선배들만 봐도 그래요. 아무래도 요즘엔 들어가는 돈이 많다보니까 혼자로는 버겁죠. 게다가 프리랜서 일이라는 게 어떨 땐 벅찰 만큼 쌓이고, 또 없을 땐 비수기처럼 몇 달 씩 쉬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를 좀 해놔야 해요.”

 

✚ 일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적인 작업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걸 그리고 싶은가요?
“개인 작업만 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은 걸요? 이번에 낸 「하루가 미안해서」라는 에세이류도 좋지만 나중엔 진짜 만화로 된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 거기엔 어떤 얘기들이 담기게 될까요?
“그동안 겪은 일들을 담아보고 싶어요. 부모님과의 일화, 어릴 때 레미콘트럭 사고를 당해 죽을 뻔했던 경험, 유년시절 잠깐 살았던 수원에서 친구와 주말마다 여기저기 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기억, 빵과 우유를 준다는 말에 혹해 기계체조를 배웠던 일들…. 살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그림으로 담아내면 어떨까 늘 생각합니다.”

✚ 수원에서 지냈던 얘기를 좀 더 해줄 수 있나요?
“어릴 때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해서 수원 친척집에서 지낸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친구를 사귀게 됐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친구 따라 수원 팔달산 강감찬 장군 동상 아래에서 처음 그림을 그렸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죠. 그 친구와 주말만 되면 수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둘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게 자양분이 돼서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 같아요.”

발품 팔면 물꼬 트여

✚ 그때 꿈을 이어오고 있는 거네요.
“꿈이라는 게 알고 보면 그렇게 막연한 게 아닙니다. 뭔가 하고 싶다면 자꾸 그쪽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분명 동력이 되는 게 있을 겁니다.”

✚ 스스로 기회를 만들라는 얘기군요.
“네. 자꾸 발품을 팔다보면 물꼬가 트이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기회가 생깁니다. 작은 인연이 소개로 연결되고, 그러면서 기회는 점점 많아집니다. 마음 안의 열정은 놓지 말고, 꿈을 향해 움직이면 반드시 길은 열릴 겁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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